북한 측 인원들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정전위원회 건물의 지붕을 수리하고 있다 군사분계선(MDL) 남쪽까지 내려와 공사를 진행 중인 모습을 유엔군사령부 경비대 대원 2명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유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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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과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태풍 피해를 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건물의 보수 작업을 공동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3자가 JSA에서 협력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이다.
23일 유엔사에 따르면 남북한과 유엔사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회의실을 비롯한 JSA 내 건물의 지붕 공사를 했다. 북한 측 작업 인력이 유엔사 승인 아래 JSA 내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며 보수 공사를 도왔다.
이번 공사는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이 파손한 군정위 회의장 건물 지붕을 수리하는 것이었다. 물 지붕 자재인 양철판이 강한 바람에 날아갔기 때문에 이를 새것으로 교체해야만 했다. 북한 측에서는 인력 10여명을 동원했다.
태풍 피해는 JSA 내 군정위 회의실 중 북한이 관리하는 건물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군정위 회의실은 유엔사와 북한이 나눠서 관리한다. 북한 측 관리 건물인데도 MDL 남쪽 구간의 지붕을 고치려면 유엔사의 허가가 필요한 것이었다.
유엔사는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북한 인원들과 함께 협력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이번 일은 JSA가 북한, 유엔사, 그리고 대한민국 사이의 연결고리로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고 평가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JSA 내 건물은 유엔사와 북한 측이 각자 관리하고 있다”면서 “남북한과 유엔사 등 3자가 JSA 내 회의장 등 건물 보수 공사를 한 것은 정전협정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JSA에선 1976년 도끼 만행 사건, 84년 총격 사건 등 무력 충돌이 일어나 유엔ㆍ한국군 3명, 북한군 3명이 각각 숨졌다. 이에 남북한은 지난해 9ㆍ19 군사합의에 따라 긴장 완화를 위해 JSA 비무장화와 자유왕래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비무장화를 마친 뒤 유엔사 배제를 요구하며 자유왕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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