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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영상] 조국펀드, 대체 뭐가 문제길래 이 난리? (feat. 7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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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파악하려면 우선 사모펀드가 무엇인지부터 짚어봐야 합니다. 사모펀드란 말 그대로 개인적으로 아는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하죠. 즉, 자산가들에게 비공개로 ‘이런 투자처가 있는데 같이 투자해보실래요’라고 제안을 해서 투자금을 모집하고 투자하는 겁니다. 반대편에 있는 게 ‘공모펀드’인데 △공개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한 후 투자처를 찾아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우리가 증권사 등에서 가입하는 펀드는 대부분 공모펀드죠. 공모펀드는 공개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 기회를 주는 만큼 투자 피해를 막기 위해 설립도, 운영도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자처에 대한 제약도 많이 두죠. 반대로 사모펀드는 소수만 참여하는 폐쇄적 펀드이다 보니 투자에 자율성이 높은 편입니다. 때문에 다종다양한 투자처를 골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죠. 대신 100%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투자 방식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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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조국 장관의 사모펀드는 왜 논란이 됐을까요. 일단 투자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청렴한 지식인 이미지가 짙어 돈벌이나 투자는 전혀 모를 것 같았던 조국 장관이 생각보다 위험한 투자(?)를 했구나, 라는 지점에서 일부 사람들이 다소 불편한 느낌을 받을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모펀드 투자는 대다수 자산가들이 하고 있으니 이 부분만 가지고 비난할 순 없죠. 다만 투자를 시작한 시점을 보면 조금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조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지 딱 두 달 뒤인 2017년 7월 31일 이 투자를 시작했는데요. 대통령 직속 비서관으로 온갖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민정수석 재임 기간 동안 고위험 고수익 투자 펀드에 가입했다는 게 아무래도 이해충돌이나 도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경우 공무 수행 중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 신탁하도록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직자 주식백지신탁법’이라고 하죠. 물론 주식 등 직접 투자만 적용되고 조 장관이 한 것처럼 펀드를 통해 하는 간접 투자는 괜찮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이밭에선 신발 끈도 고쳐 묶지 말랬다고 고위험·고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에 전 재산의 20%나 배팅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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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 장관은 사모펀드 자체도 잘 모르고 주변의 추천을 받아 배우자가 결정한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가족의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를 봤을 때 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투자가 좀 수상해 보이는 지점들도 분명 있습니다. 2017년 5월 민정수석에 임명된 조 후보자의 재산은 약 3개월 후인 8월 처음 공개됐는데 당시 조 후보자의 배우자가 재산 등록을 한 상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100주, OCI 405주, 현대차 650주, 동양 4,470주, 대한제당 3,000주 등 상장 주식, 그것도 우량주에만 8억 5,000만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주식을 잘 알고 안정적인 투자를 했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 나왔죠. 하지만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 자리에 오른 지 2개월 후인 7월 이 우량주들의 70% 가량(약 5억8,000만원어치)을 매도한 후 이 사모펀드에 9억 5,000만 원을 투자합니다. 안정적인 투자자가 갑작스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노리는 투자자로 스타일을 확 바꾼 겁니다. 그리고 하필 투자처가 업계에서도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운용사의 사모펀드라는 사실은 이 투자가 과연 정상적일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이렇다 보니 조국 장관의 가족이 사모펀드의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실질적 운영에 개입한 것은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습니다.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민정수석으로서의 권력을 이용해 투자에 유리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익을 꾀하는, 이른바 ‘권력형 비리’로까지 사안이 확장됩니다. 현재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죠. 만약 이 사모펀드가 일부 언론과 야당의 의혹 제기처럼 조국 가족이 펀드 운용에도 개입한 사실상 ‘조국 펀드’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건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조 장관은 물론 자신들이 단순한 투자자일 뿐이며 투자 판단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블라인드 펀드라서 투자처도 전혀 모른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몇몇 정황들은 분명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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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펀드를 자세히 살펴볼게요. 조국 후보자 가족이 총 10억 5,000만원을 실투자하고 총 75억 상당을 투자 약정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의 운용사(GP)는 코링크PE(프라이빗에쿼티)입니다. 조 장관은 이 펀드에 투자금을 댄 일종의 재무적 투자자(LP)인 셈이죠. 현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PEF)에 돈을 투자한 LP는 펀드를 운영하는 GP의 결정에 관여하거나 지시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즉 LP가 GP의 펀드 운용에 개입하는 순간 불법이 되는 거죠. 반대로 GP가 펀드의 수익률이나 투자처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조 후보자는 ‘블라인드 펀드라 투자처를 전혀 몰랐다’고 하지만 이 해명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불법도 아닌데 10억이나 투자금을 댄 펀드의 투자처를 확인 안 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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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코링크PE에 깊숙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죠. 실제 코링크PE의 실소유주가 조 장관의 5촌 조카라는 보도도 나왔고 조 장관 역시 조카가 개입돼 있음을 어느 정도 인정했습니다. 총 100억원 규모의 펀드에 조 장관의 가족이 총 74%의 자금을 대기로 약속한데다 운용사의 실소유주 역시 가족이라면 사실상 가족펀드, ‘조국펀드’인 것이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더불어 이 펀드가 투자한 기업이 관급 공사 수주를 싹쓸이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펀드가 투자한 다른 기업도 전국 시내버스 와이파이 사업 입찰에서 일감을 따냈다는 보도가 나온 적 있죠. 이 회사들이 원래부터 승승장구하던 곳이었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예컨대 2017년 인수한 비상장사 웰스시앤티는 자본잠식 상태였고 상장사인 더블유에프엠도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렸던 회사입니다. 결국 조 장관 가족이 펀드에 투자한 직후부터 공교롭게도 회사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는 건데,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는 타이밍이죠. 또 해당 사모펀드가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려 매각하는 ‘바이아웃’ 펀드라고 치더라도 투자 방식이 좀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코링크PE는 2017년 11월 더블유에프엠의 정관을 웰스시앤티의 정관 등과 거의 똑같이 변경하는 작업을 했는데 업계는 이를 인수합병의 신호로 보죠. 두 회사가 합병될 경우 비상장사인 웰스시앤티는 상장사가 될 거고 주식의 가치는 올라갈 겁니다. 즉, 회사의 경영 정상화보다는 코스닥 우회상장을 통한 차익 실현 극대화만을 노린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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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전 재산 56억원을 신고한 조 장관의 가족이 이 펀드에 74억원까지 투자하기로 약정했던 사안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조 장관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투자할 수 있다고 약속만 한 것이지 실제 투자는 더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확히 따져보면 이 해명도 사실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런 약정을 ‘캐피탈 콜’이라고 하는데 추가적인 수요가 있을 경우 투자금을 집행하겠다는 약속을 뜻하죠. 즉 GP인 코링크PE가 좋은 투자처를 발견했는데 투자금이 부족하다고 할 경우 LP들은 원래 약정금액 한도까지 투자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길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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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후보자는 10억 5,000만원 정도만 투자하기로 운용사랑 이미 얘기가 됐다고 말하는데 코링크PE는 분명 이 펀드가 100억원 짜리라고 신고한 바 있죠. 투자를 더 하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74억원이나 투자 약정을 했다는 것은 이 펀드가 어떻게 운용될지 후보자 가족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겁니다. 또 운용사가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100억 중 74억원을 조 후보자 가족이 약정했다고 선전했을 가능성도 의심되죠.

물론 이 모든 것은 증거가 없는 의혹에 불과합니다. 조 장관은 자신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있고 실제로 전혀 관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습니다. 예컨대 코링크PE와 몇몇 인사들이 조국 장관의 이름을 팔아서 이득을 취한 걸 수도 있죠. 이 경우 조 장관은 무고한 피해자가 됩니다. 실제 조 장관 가족은 청문회에 앞서 ‘5촌 조카가 자신의 재산을 노려 속인 것’이라며 고소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죠. 하지만 조 장관의 해명과 반대로 그의 가족이 실제 코링크PE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면 이건 심각한 불법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김경미·정수현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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