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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하늘·바닷길 꽁꽁 묶은 ‘타파’… 강풍·물폭탄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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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풍속 초당 45m 중형급 태풍… 제주·남부지역 강타 / 제주·부산 항공기 수백편 결항 / 수천가구 전기 끊기고 잇단 침수 / “‘링링’ 복구도 아직 못했는데…” / 농수산물 피해 농민들 망연자실 / 돼지열병 소독약 비에 씻겨 ‘비상’ / “비 그치면 원점에서 다시 작업”

초속 45m가 넘는 강풍과 752㎜의 폭우를 동반한 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22일 부산과 대구에서 각각 1명씩 모두 2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재난안전 당국은 강풍이 여전한 데다 이번 ‘물폭탄’에 지반과 시설물 등이 상당히 약화한 편이어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타파’는 22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남과 경상도, 강원 영동 지방 등에 강풍과 풍랑, 폭우 피해를 입힌 뒤 23일 오전 독도 동북동쪽 100∼200여㎞ 해상으로 이동 중이다. 기상청은 “23일 오전까지 강원영동과 경상도, 전남, 제주도를 중심으로 시간당 50㎜ 이상(일부 지역은 시간당 80㎜)의 많은 비와 최대순간풍속 초당 35∼45m(시속 125∼160㎞)의 강한 바람이 불겠다”고 예보했다. ‘타파’는 최대 순간 풍속이 초당 35∼45m인 데다 시간당 50∼80㎜의 비를 뿌린 강한 중형급 태풍이었다.

세계일보

성난 파도 22일 오전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752㎜가 넘는 폭우가 내린 제주 서귀포시 표선읍 토산2리 앞바다에 집채보다 큰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인명피해도 컸다. 22일 오전 부산에서는 전날 붕괴된 주택 잔해에서 72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이날 오후 4시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동대구분기점 진출입로에서는 시외버스 1대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도로 옆 10m 비탈 아래로 추락하는 바람에 1명이 숨지고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전남 목포시에서도 교회를 출입하던 55세 여성이 외벽 벽돌이 무너지는 바람에 머리를 크게 다쳤고 곡성군 한 초등학교에서는 체육관 통유리가 강풍에 파손되면서 곡성심청배 배드민턴축제에 참가 중이던 4명이 다쳤다.

재산피해도 컸다. 강풍과 폭우에 주택과 농경지 6000㎡, 도로, 축대 등 50여건의 시설물이 침수되거나 파손됐다. 부산과 경남, 전남, 강원 등 8개 권역 8000여가구에 전기가 끊겼고, 제주와 부산 등 11개 공항 238편의 항공기가 결항했으며 연안여객선 160여척의 발이 묶였다. 이날 오전에는 대만에서 출발해 부산을 향하던 항공기가 기상악화로 착륙하지 못하고,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을 두차례 왕복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라산과 지리산, 다도·한려해상 등 20개 국립공원 504개 탐방로의 출입이 통제됐으며 경남 거가대교와 전남 신안대교는 통행이 제한됐다.

이번 태풍은 강도와 이동 경로, 시기 등의 측면에서 2016년 10월 초 한반도 제주와 남부지역을 강타한 ‘차바’와 비슷했다. 당시 10명의 사상자와 215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힌 차바는 중심기압이 955h㎩(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35m였다. 부산 연제구 한 주민(53)은 “3년 전 태풍으로 베란다 창문이 깨지는 바람에 남편이 얼굴 등을 다쳤다”며 “이번 태풍은 더 세다고 해서 유리창에 청테이프를 붙여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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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에 버스 추락 22일 오후 3시 55분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동대구분기점 대구~부산고속도로 진출입로에서 시외버스 1대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도로 옆 비탈 아래로 추락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인명구조를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특히 농작물과 시설물 피해가 컸다. 농수산물의 경우 이달 초 한반도를 강타한 제13호 태풍 ‘링링’의 복구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배와 사과 등 낙과와 벼 도복(쓰러짐), 양식장 파손 등의 피해가 더해져 농어민들 시름이 더 깊어졌다.

특히 지난 16일과 17일 경기 파주와 연천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전국에서 방역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기존에 뿌렸던 소독약과 생석회가 모두 비에 휩쓸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태풍 타파, ASF 대응상황 점검회의’에서 “비가 그치면 원점에서 다시 축사 내외부와 진입로에 대해 대대적인 소독작업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송민섭 기자, 전국종합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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