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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실은] 도쿄올림픽에 방사능 목재…주먹구구식 세슘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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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선수촌 공사에 한창입니다. 지난 2일, 도쿄에 있는 선수촌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빌리지 플라자'라는 건물을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빌리지 플라자'는 선수촌 길 건너에 있습니다. 세계 각국 선수들이 찾을 수 있는 휴식 공간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 건물에 후쿠시마산 목재를 쓰고 있습니다. 일본 63개 지역에서 목재가 공급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후쿠시마현입니다. 올림픽 선수들의 휴식 공간을 후쿠시마산 목재로 짓는다는 게 말이 되냐, 우려가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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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에 빌리지 플라자 현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촬영 허가를 요청했습니다. 건물 모든 곳에 후쿠시마산 목재를 쓰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부분에 후쿠시마산 목재를 쓰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촬영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취재진에게 "후쿠시마현에서 제공한 목재는 기둥과 보, 바닥 등에 사용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보내왔습니다. 또 안전 여부에 대해서는 "후쿠시마현에서 정기적으로 목재 표면의 방사선량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 목재 표면 방사선량 검사…알고 보면 '셀프'

이게 무슨 말인지 쉽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아래 사진이 목재 표면의 방사선량을 조사하는 모습입니다. 목재업체 직원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 보이시죠? 오른손에 든 측정기에 방사선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습니다. 목재 안에 만일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있으면 그 세슘으로부터 사방으로 방사선이 나오는데, 그 방사선을 감지합니다. 측정 단위는 'cpm'으로 나옵니다. 기준치는 1,000cpm입니다. 1분에 방사선 1,000개를 넘으면, 그 나무는 안 판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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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이 검사 방법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정부에서 실시하는 측정이 아닙니다. 후쿠시마현 목재업체의 셀프 검사입니다. 목재업체의 셀프 검사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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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측정기를 높이 들기만 하면, 방사선량 값은↓

또, 검사 방법 자체가 측정값을 100% 신뢰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저 측정기는 센서를 목재에서 멀리 떨어트리면 값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측정기를 목재에 찰싹 갖다 대면, 값이 높아집니다. 그러니까 기준치가 1,000이라고 하지만, 측정기를 어느 정도 높이에 대느냐에 따라, 목재업체 마음대로 그 값을 1,000 이하로도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원래는 목재 표면으로부터 1cm 높이에 댄다고 하는데, 여기서부터 측정값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습니다.

● 후쿠시마현 목재업체가 공개한 건 '최신' 측정기

취재진은 지난 3일, 일본 후쿠시마현의 한 대형 목재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후쿠시마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업체라고 소개했습니다. 후쿠시마현 목재업체 조합은 딱 그 업체만 취재하도록 허가했습니다. 공장 밖에는 엄청난 양의 삼나무가 쌓여 있었습니다. 일본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으로 수출도 되는 목재라고 했습니다. 목재들은 껍질이 벗겨진 뒤 공장 안에서 대단히 빠른 속도로 가공되고 있었습니다. 도쿄올림픽 '빌리지 플라자'에 쓰는 목재도 바로 이 업체에서 생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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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목재의 세슘 검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저는 앞서 소개해 드린 방식으로 하는 줄 알았습니다. 출장 전, 그 사진만 봤거든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달랐습니다. 지난해 9월, 목재 내부의 세슘을 검사하는 최신 측정기를 들여왔다고 했습니다. 왜 그곳만 취재를 허가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목재는 껍질을 벗기기 전, 그리고 껍질을 벗긴 뒤, 2단계에 걸쳐 세슘 측정기를 빠른 속도로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 보시면, 기다란 목재가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한 네모난 장비를 통과하면서 세슘의 양이 측정됩니다. 목재조합 측이 최신 측정 장비를 들여온 곳만 저희 취재진에게 공개한 겁니다. 그럼, 이게 앞서 보신 방법보다 훨씬 정확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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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재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방사선량 값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측정기는 'cpm'이 아니고 'cps'라는 단위로 측정값이 나옵니다. 방사선이 '1분에 몇 개'가 아니라, '1초에 몇 개'로 나옵니다. 앞서 설명 드린 방식은 측정기를 목재 표면에서 어느 정도 '거리'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최신 측정기는 그나마 낫습니다. 측정기와 목재 사이의 거리를 임의로 조절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목재 두께가 얼마인지에 상관없이, 파란색 박스 측정기는 나무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숫자를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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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목재의 이동 '속도'는 임의로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혹은 의도치 않게 목재 속도가 바뀔 수 있습니다. 목재가 측정기를 통과하는 속도가 빨라지면 측정기가 방사선의 개수를 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방사선량 값이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장비가 오래 돼서 목재의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면, 반대로 값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방사선량이라는 게, 목재 속도에 따라 들쑥날쑥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정 방법, 즉 1초든 1분이든, 시간당 방사선의 개수를 세는 방식은 후쿠시마산 목재의 오염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합니다. 저 공장에서 마음먹고, 목재 컨베이어벨트를 더 빨리 돌리면, 다 기준치 이하로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김봉환 박사는 "만약에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 속도보다 빠르게 컨베이어 시스템을 운전한다면, 측정할 수 있는 한도가 떨어진다. 세슘이 일정량 있어도 측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목재업체가 방사선량 값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걸 확인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 일본, 검사 물량은 많고, 속도는 빠르지만…정확도는↓

최신 측정기를 가동 중인 업체는 딱 2곳입니다. 나머지는 처음 설명 드린 휴대용 측정기를 씁니다. 측정 상황에 따라 값이 변합니다. 우리나라는 목재에서 세슘이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입 목재의 방사능이 의심스러우면, 항구에서 실험실로 가져가 정밀 분석을 합니다. 1kg당 정확히 몇 베크렐인지 나옵니다. 검사 물량은 적고, 분석 시간은 길겠지만, 정확도는 높습니다. 일본처럼 거리나 속도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많이 검사하려니 이런 방법을 쓰는 겁니다. 목재업체의 셀프 검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건 찾기 힘듭니다. 이게 정말 세슘이 없어서 그런 건지, 다음 글에서 계속 전해 드리겠습니다. 인체에 대한 영향과는 별개로, 따져볼 문제입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자료 조사: 이다희, 김혜리)
박세용 기자(psy05@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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