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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형규 기자의 한국 술도가]‘강원도 테루아’ 물씬 풍기는 와인··· 응원하고 싶은 홍천 ‘샤또 나드리’의 국산 포도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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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홍천의 와이너리 ‘샤또 나드리’는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다양한 국산 품종 포도를 시험 재배하며 10년째 꾸준히 새로운 와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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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농업의 꽃이라 한다. 농작물을 술로 가공하는 과정 자체가 과학이자 문화의 집적인 데다 만들어낼 수 있는 부가가치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선 요즘 국산 포도로 와인 만드는 실험이 한창이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산머루 등 재래 포도에 외국 품종을 교배해 만든 10여가지 신품종이 밑재료가 됐다.

이 실험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곳이 홍천에 자리 잡은 와이너리 ‘샤또 나드리’다. 여기서 만드는 와인 브랜드는 ‘너브내’. 넓은 내를 뜻하는 지명 홍천(洪川)의 순우리말이자 옛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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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청포도 품종 청향. 너브내 화이트와인의 주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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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제품인 너브내 화이트와인은 기술원이 개발한 청포도 품종 청향을 주재료로 쓴다. 청향은 포도알이 작고 씨가 없는데 한 알만 깨물어도 새콤달콤한 즙이 입안에 꽉 찬다. 와인에서도 원재료의 특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진한 단맛과 깔끔한 산미가 돋보인다.

청향 외엔 적포도인 레드드림과 강원2호가 30%가량 들어간다. 역시 기술원이 개발한 신품종이다. 청향은 머스캣 향이 강렬한 장점이 있지만 보디감이나 깊은 맛이 떨어지는데, 적포도가 이런 약점을 보완한다는 게 임광수 샤또 나드리 대표(58)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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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나드리의 시음장.바로 곁에 체험용 포도밭과 와인디너·팜파티 등을 진행하는 잔디마당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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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엔 무려 네 가지 품종을 섞어 쓴다. 한국 와인에 흔히 쓰는 MBA가 50% 들어가고, 기술원이 개발한 블랙선·블랙아이가 30%, 안토시안 성분이 강한 개량머루가 20% 사용된다. 임 대표는 올해부터 블랙선·블랙아이 비중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블랙선은 토종머루와 비슷한 외모지만 달고 시고 쓴 여러 맛이 혼재돼 술을 담그면 복합적 맛을 낸다. 블랙아이는 붉은색을 내기 좋고 씨에서 고추냉이 향이 분명히 느껴진다. 둘을 합쳐 ‘강원도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는 와인을 만들겠다는 게 임 대표의 포부다.

“당장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개성이 분명한 ‘나만의 와인’을 만들고 싶어요. 한번 마셔보면 누구나 ‘이건 그 집 와인이구나’ 할 수 있는 존재감 있는 술을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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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나드리에서 재배하는 블랙아이 포도. 토종머루에 외국 포도를 교배한 신품종이다. 강원도 기후에 맞게 내한성이 뛰어나고 병충해에 강하며 안토시안이 풍부한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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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대표는 경기 부천에서 축산유통업을 하다 2004년 홍천으로 귀농했다. 처음엔 배와 포도 농사를 지었다. 전통주 만들기를 배워 집에서 술 빚던 취미를 살려 포도주에도 손을 댔다. 홍천농업기술센터에서 와인양조 심화과정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와인 메이커로 거듭났다.

농한기엔 영동·영천 등 다른 한국와인 산지를 돌며 공부했다. 자택 지하실에서 연습 삼아 양조를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그럴듯한 와이너리를 일궜다. 지금은 연간 생산량이 8000병가량 된다. 가족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디자이너인 큰딸은 와인병에 들어갈 라벨을 만들었다. 술을 전혀 못해 딸들에게 ‘알코올 쓰레기’라고 놀림받던 아내는 소믈리에 공부를 해 양조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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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나드리는 지역성을 살린 너브내라는 브랜드로 레드·화이트·로제 등 3종의 스틸와인과 2종의 스파클링와인을 시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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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나드리는 최근 스파클링와인 2종을 새로 출시했다. 화이트와 로제스위트 와인을 각각 추가 발효해 자연 탄산을 입힌 술이다. 임 대표는 2년 전 이탈리아에 가서 스파클링와인 제조용 탱크를 주문 제작해 사왔다. 새 장비로 완제품을 내기까지 시행착오가 많았다. 발효기술을 안정화시키는 데 농업진흥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스파클링와인 제조에서 탱크 발효는 병입 발효보다 고급은 아니지만 술을 많이 빨리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당연히 떨어진다. 누구나 접근하기 쉽게 가격을 낮춰 한국와인을 더 많이 알려야 한다는 평소 지론이 반영된 제조법이다. 너브내 스파클링와인은 최근 서울의 특급호텔 더플라자의 바 ‘르 캬바레 시떼’에 입점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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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나드리가 운영하는 펜션 ‘가족 나드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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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브내 와인 가격은 레드·화이트·로제 등 스틸와인은 2만5000원, 화이트·로제 스파클링은 4만5000원이다. 포털 검색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와이너리 방문객에겐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근사한 시음장을 갖춘 와이너리에선 와인 시음(1만원)과 뱅쇼·상그리아 만들기(3만원)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화(033-434-5420)로 사전 예약하면 포도밭 옆 잔디마당에서 와인 5종을 곁들여 7가지 코스 요리를 맛보는 저녁식사(7만원)도 할 수 있다. 식사 후엔 와이너리 바로 옆에 딸린 펜션에서 숙박도 할 수 있어 가족여행에도 알맞다.

우리나라에 술을 빚는 양조장이 2000곳이 넘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전통주인 막걸리와 청주·소주, 그리고 와인에 맥주까지 우리땅에서 난 신선한 재료로 특색 있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이 전국 방방곡곡 흩어져 있는 매력적인 양조장들을 직접 찾아가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맛좋은 술은 물론 그 술을 만들며 고군분투한 사람들, 술과 어울리는 해당 지역의 음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맛난 술을 나누기 위한 제보와 조언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글·사진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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