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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첫 ‘검사와의 대화’ 조국 “주로 들었고, 어떻게 조치할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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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검사 20여명과 2시간 비공개 만남

수사권 조정·인사 등 현안 청취

외압 폭로 안미현 검사 등 참석

일부 검사, 가족 수사 관련 언급

검찰 내부선 ‘보여주기식’ 비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선 검사들을 만나 검찰개혁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검찰 일각에선 ‘검사와의 대화’ 시기나 행사명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 장관은 20일 ‘검사와의 대화’ 첫 방문지로 의정부지검을 찾았다. 행사는 조 장관이 지난 16일 검찰 조직문화·근무평가 개선을 두고 “장관이 직접 검사 및 직원과 만나 의견을 듣는 첫 자리를 9월 중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 만에 열렸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의정부지검 청사 입구에서 취재진과 만나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와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오늘 검찰개혁 내용이든, 일선에서 일하는 분들의 애로사항이든 주제 제한 없이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하겠다며 비공개로 행사를 진행했다. 평검사 58명 중 재판이나 수사로 참석이 어려운 이를 제외하고 2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등 간부급 검사들은 배석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오전 11시부터 수사관 등 직원 20여명과 차를 마시며 1시간가량 의견을 들었다. 지난해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를 비롯한 평검사들과 점심을 겸한 대화 자리를 2시간가량 이어갔다.

조 장관은 대화가 끝난 뒤 청사를 나서며 “주로 들었고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간략히 말했다”며 “활발한 대화를 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조 장관이 수사권 조정안, 형사부 업무 경감, 인사제도 등에 대한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 현재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개최한 이 대화는 ‘부적절한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라는 취지의 지적도 나왔다. 대화 현장에서 일부 검사들도 조 장관 가족 관련 수사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왜 그걸(검사와의 대화) 하필 ‘지금’ 하느냐는 의문”이라며 “시기보다 더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검사와의 대화’라는 명칭”이라고 했다. 그는 2003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생방송 TV 토론을 열었던 일을 거론하며 “16년이 지나 생각해보면 결과와 별개로 생방송으로 이뤄졌던 그 토론회 경기장만큼은 공정했다”며 “하지만 오늘 열리는 일선청 검사 면담이 과연 ‘검사와의 대화’란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느냐”고 썼다. 그는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 하러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임 검사는 조 장관 임명 전에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법무부는 “‘질의응답’은 사전 준비된 바 없었고 ‘사전 각본’도 없었다. ‘일과시간에 꼭두각시처럼 준비된 말을 읊게 만든 다음 일장 훈시나 하는 식’의 행사도 아니었다”며 “(비공개는) 진솔하고 자유로운 대화와 건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이날 김미경 전 청와대 법무행정관을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임용한다고 밝혔다. 김 보좌관은 조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고 장관 지명 이후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합류한 핵심 측근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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