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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日견제 뚫고…두산重,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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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8일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 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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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경상남도 창원시 귀곡동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공장. 축구장 9개 크기 거대한 공장 내부 한쪽을 가리고 있던 차단 막이 치워지자 길이 12m, 무게 70t의 거대한 로터 조립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압축기, 블레이드 등으로 연결돼 있는 로터는 가스터빈의 '척추' 역할을 하는 중심축. 현장을 안내하던 김호정 생산기술팀 부장은 "로터에는 460여 개 터빈 블레이드가 조립돼 있는데, 각각 가격이 중형차 한 대 값"이라며 "블레이드 하나가 자동차 10배에 달하는 출력을 낸다"고 말했다.

모습을 드러낸 로터 조립체는 잠시 후 크레인에 실려 공장 가운데 위치한 고정 조립체 내부로 옮겨졌다. 이 상태에서 상부 덮개(케이싱)를 덮고 연소기를 조립하면 가스터빈 최종 조립이 완성된다. 김 부장은 "최종 조립체 무게는 320t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이 18일 창원 본사에서 270㎿급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DGT6-300H S1' 초도품 최종 조립 행사를 개최했다. 현재 공정률 95%로 연내 사내 성능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성능시험에 성공하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산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은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에 이은 세계 다섯 번째 독자 모델 보유국이 된다.

목진원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 BG장(부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경쟁사들이 하나같이 '2차세계대전 때 제트엔진을 개발해 제트기를 만들던 나라가 아니면 가스터빈을 절대 개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정부 지원과 산학연, 중소기업까지 지혜와 역량을 총동원해 결국 개발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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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사진)도 19일 페이스북에 "할 수 있을까 하는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는 글을 남기는 등 감격해 했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2013년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 국책과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가 약 600억원을 투자했고 두산중공업도 자체적으로 총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부품 수만 4만여 개에 달하는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린다. 항공기 제트엔진보다 훨씬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핵심은 금속 부품을 1500도 이상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게 하는 초내열 합금 소재기술과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 주조 능력이다.

이광열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개발·설계 상무는 "터빈 블레이드의 경우 열에 강한 니켈 초합금으로 만드는데, 표면에 지름 0.6㎜의 미세 구멍이 360여 개 뚫려 있다"며 "이 구멍을 통해 냉각 공기가 밖으로 흘러나와 표면에 '에어 커튼'을 만드는데, 이를 통해 블레이드 표면온도를 최대 400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 개발한 가스터빈은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경제효과도 상당하다.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스터빈은 총 149기로 전량 수입산이다. 가스터빈 구매 비용만 약 8조1000억원에 유지·보수 등 기타 비용을 포함하면 수입에 의존하는 총 비용이 12조3000억원에 이른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향후 복합발전소 증설 과정에 국산 가스터빈을 투입하면 2030년까지 수입 대체 효과 약 10조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가스터빈 독자 개발은 반도체·조선·2차전지에 이은 또 하나의 극일(克日) 사례이기도 하다. 두산중공업은 최근까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스터빈을 제작해 미쓰비시에 납품해 왔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미쓰비시에서 도면을 사오고, 블레이드 등 고부가가치 부품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야 했다. 미쓰비시 측은 "국책과제에 참여하지 않으면 더 좋은 조건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지만 참여할 경우 관계를 끊겠다"고 두산중공업을 압박하기도 했다. 'DGT6-300H S1'은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는 500㎿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 매출액 3조원, 연 고용 유발 효과 3만명 규모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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