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거 남북 합의 → 대미 설득서 순서 바꿔
제재해제 예외 또는 유예 받 뒤 남북 협의 나서기로
남북 합의한 사업 차질 없이 진행하려는 차원
북한의 황폐한 민둥산 모습[사진 김성일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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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국자는 “현재 남북관계가 중단돼 있지만, 정부는 현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틀 속에서도 남북관계가 복원되는 즉시 시행할 수 있는 사업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함께 북한 지역의 산림녹화 사업에 필요한 부분을 한ㆍ미 워킹그룹 등의 채널로 협의했고, 양묘장 사업 등에 대해서는 협의가 끝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2025년까지 황폐한 산림을 원상 복구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산림녹화에 나서고 있는데 양묘장과 기자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북 대화가 진행될 경우 협의를 통해 즉각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ㆍ미간에 사전 협의를 마무리한 만큼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할 경우 산림협력 사업은 곧바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김재현 산림청장이 4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서 열린 남북산림협력센터 착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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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정부는 올 초부터 대미 설득에 주력했고, 지난 6월쯤 미국 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통일부는 그러나 대북제재 예외품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과거 남북이 합의한 뒤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나 유예를 받는 방식으로 일 처리를 해 왔다. 그러다 보니 남북이 합의했지만, 미국의 제동으로 멈춰선 경우도 발생했다. 지난해 8월 북한 지역의 철도 현대화를 위해 남북 공동 조사사업에 합의하고 남측의 기관차와 열차를 북한에 보내려다 유엔사령부 측의 반대로 4개월여 늦춰진 게 대표적인 예다.
남북 당국 간 합의에 따라 평양에서 진행된 각종 행사에 남측 대표단을 태우고 갈 항공기 운항에 항공 업체들이 난색을 표하거나, 정부가 추진하다 보류 중인 대북 식량 지원에 이용할 화물선을 물색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른 당국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생각보다 촘촘하게 얽혀 있어 남북이 합의하고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순서를 바꿔 한미가 먼저 협의를 한 뒤 북한과 합의하는 식으로 순서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이 합의에 이르고도 미국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화와 제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북ㆍ미 두 정상이 지난해 싱가포르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했지만 진전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북 제재 역시 진행형이다. 하지만 양측의 실무협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북한 산림녹화 지원을 위한 제재 예외 방침에 동의하면서 남북 간 협력사업의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우리 민족끼리’를 주창하고 있는 북한이 이런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느냐다. 또 북한이 향후 대화에 나와 사전에 한미가 협의하지 않은 사안을 논의할 경우 과거의 경험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남북이 이미 합의하고도 진행하지 못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양묘장 사업 이외에도 남북 간 휴지기 동안 한·미가 충분히 협의를 끝낸 사업을 진행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비핵화가 진전돼 제재 해제로 이어진다면 한·미 간의 협의 절차 자체가 없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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