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17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검역관들이 위험지역 입국자들의 수하물에서 반입 금지품목을 압수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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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발생하자 돼지고기 경매시장이 요동쳤다. 17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돼지고기는 전국 10개 경매시장에서 1㎏당 평균 6131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날 4558원보다 34.5%가량 오른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ASF가 확산될 경우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최대 2배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0~2011년 구제역 발생 당시 돼지 300만마리 이상이 살처분되면서 6개월 만에 가격이 120%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도매가격 상승이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시점에서는 확산 여부에 따른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돼지 농장이 도축을 못하게 되면 공급이 부족하겠지만 ASF 확산이 예전부터 예상됐던 만큼 비축분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도헌 성우목장 대표는 "핵심은 ASF의 발생이 아닌 얼마나 확산돼 몇 마리가 살처분되느냐다"며 "이 시점에 정부와 한돈 농가들이 대처만 잘한다면 혼란이 커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실제 2017년 경기 김포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방역 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된 덕분에 큰 타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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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육마케터 김태경 박사도 돼지고기 비축량을 감안하면 이번 고비도 충분히 넘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박사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35만t 정도 수입했는데 작년에는 46만t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일단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돼지고기 프랜차이즈 '신도세기'를 운영하는 최상구 대표는 "일주일 정도 상황을 지켜봐야 돼지고기 가격 예측이 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경매가격이 급등한 것은 ASF에 따른 돼지고기 공급 부족이 원인이라기보다 단기간 공급 부족을 예상한 심리적인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ASF가 확산될 경우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이도헌 대표는 "ASF의 경우 구제역과 달리 백신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그간 미·중 무역마찰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자제해온 중국이 최근 전방위적으로 돼지고기 조달에 나서면서 수입산 돈육시장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악재"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돼지고기 자급률은 70%가량으로, 나머지는 수입으로 조달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돼지 도축과 이동 등이 중지되는 48시간 이내 초동조치(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일주일치 판매할 냉장육을 비축해둬 당장은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로서는 구매량을 늘릴 방법이 없어 일단 조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ASF가 장기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다면 가격 변동이 불가피하다"며 "이동 제한 등 조치로 물량이 부족해지면 수입산 돼지고기를 늘릴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바로 수습되지 않아 ASF가 확산되더라도 반드시 돼지고기 소매가격이 오른다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돼지고기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전염병이 유행할 때 소비가 소폭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ASF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지만 ASF 발병이 국내에선 처음이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학습효과가 없는 점도 변수다. 또 돼지고기 소매가격이 상승할 경우 닭이나 수입 쇠고기 같은 대체육으로 소비가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돼지 사육 농가들도 소비심리 위축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대한한돈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우리 축산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심리로 국내 축산업이 큰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정 기자 / 이유진 기자 /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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