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 A농장 입구.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이 농장은 논밭과 낮은 산에 둘러싸여 취재진의 접근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3개의 농장 진입로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통제 초소가 설치돼 통행이 원천 봉쇄된 상태였다.
초소 근무자인 파주시 농업기술센터 이홍근 씨(51)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관계자 외 일반 차량이나 사람은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진입로에서 300여 m 떨어진 또 다른 진입로 입구는 대형 트랙터를 세워놔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초소 관계자는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아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동네 주민들은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코앞 농장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 모씨(74)는 "평소 축협, 동사무소 등에서 축사와 개울을 따라 소독을 자주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파주는 접경지역이라 북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권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적성 등이 북한에 더 가까워 우리 마을은 사실상 별천지"라면서 "이런 곳에서 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걱정했다.
파주시 돼지 농가는 온종일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두문불출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1321개 축산 농가의 220만마리 돼지 중 96개 농가 10만648마리가 파주에서 사육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에서 반경 3㎞ 안에는 농장이 없지만 10㎞ 이내에는 19개 농가가 1만8380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파주 축산 농가들은 "구제역은 백신이라도 있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100%에 달해 걱정"이라면서 "원인과 감염 경로를 몰라 더욱 답답하다"고 한숨지었다. 법원읍에서 돼지 농장을 하는 이 모씨는 "2010년 구제역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면서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경기도와 강원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본부를 각각 구성해 확산 방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파주 = 지홍구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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