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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파주시와 경기도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에서 강력한 방역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를 통해 국내에 유입돼 파주시 농가에 있는 돼지 몸속으로까지 들어갔느냐를 규명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원인이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게 걸림돌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양돈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할 경우 그 원인은 잔반, 즉 음식물 찌꺼기가 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봤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고기를 사용한 음식·반찬 찌꺼기가 해외에서 여러 경로로 들어온 것을 국내 양돈 농가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아니면 중국 베트남 등 발병국에서 들여온 돼지고기 가공품 일부가 잔반이 될 수도 있다. 여행객이 휴대한 돼지고기 가공품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사례가 16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병이 발생한 파주 양돈 농가는 잔반이 아닌 사료를 먹이는 곳이었다.
정부는 이 때문에 북한에서 내려온 야생 멧돼지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파주 농가는 비무장지대(DMZ)와 거리가 약 20㎞로 멀지 않고, 북쪽에서 헤엄쳐 내려오면 상륙 지점으로 유력한 한강 하구 접경 지역과는 불과 2~3㎞ 떨어져 있다.
그러나 파주 농가에는 멧돼지 접근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이미 쳐져 있어 사육돼지와 직접 접촉이 차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곳은 창문이 없는 무창 농장이었다. 외부에서 동물 침입이 거의 원천 차단된 상태라는 뜻이다.
농장 주인이나 그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부주의로 인한 감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주인과 근로자 모두 최근에 해외여행을 가지 않았다. 외국인 근로자들 국적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국이 아닌 네팔이었다. 남은 가능성은 차량이나 사료·도구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경우지만 해외 사례 등을 봤을 때는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현재로서는 발생 경로를 확인하지는 못했다"며 "역학조사반을 투입해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 잠복기가 4~19일 정도 되는데 일반적으로 4~7일에 몰려서 증상이 나타난다"며 "앞으로 일주일 정도가 제일 위험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초기 진압에 실패해 바이러스가 전국 단위로 퍼지면 국내 양돈산업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돼지고기산업 종합 컨설팅업체 정P&C연구소의 정영철 대표는 "현재 사육 중인 돼지 약 1100만마리 중 일반 돼지 1000만마리의 약 10%에 대한 살처분이 불가피하고, 모돈(어미돼지) 사육 마릿수도 10~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돈 사료 판매량 감소까지 합하면 1조원 넘는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근절까지 최소 5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2017년 생산액 기준 7조원이 넘는 양돈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145일간 창궐했던 구제역으로 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정 대표는 "다른 아시아 발병국과 달리 우리나라 방역 체계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게다가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퍼지는 구제역에 비해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오히려 방역이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ASF 상황점검 및 대책회의에서 농식품부뿐만이 아닌 범부처 차원의 강도 높은 대응을 강조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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