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강도서 5월 말 ASF 발병 이어
국내 접경지역 파주서 4개월 만 발병
9 19공동선언 1주년 기념식 장소 서울로
서울역~도라산역 '평화열차' 운행 취소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에서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점검 및 대책 서울-세종-자자체 영상회의에 앞서 직원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긴급조치로 금일 06시 4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에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으며 경기도에서 타 시도로의 돼지 반출을 일주일간 금지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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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병함에 따라 남북관계에도 불똥이 튈지 주목된다.
통일부는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앞두고 파주 도라산역에서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으나, 이날 ASF 발병에 따라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 장소를 서울로 바꾸고 행사 내용도 일부 수정했다.
정부 당국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었다”며 “회의에서 ASF의 발병 상황을 점검하고, 정상회담 1주년 기념식 개최여부 등을 논의한 결과 기념식 장소와 행사 내용을 수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념식 장소를 도라산역에서 서울 남북회담 본부로 바꾸고, 평화 열차 운행을 취소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농림식품부에서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상방역등을 통해 (ASF의) 확산을 방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여러 지자체가 참여하는 평화열차 등의 행사는 불가피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전국 지자체 관계자등 600여명의 행사 참석자들이 서울역에서 열차를 이용해 행사장소인 도라산역으로 이동하는 평화열차 운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ASF 발생 지역이 행사장 인근인 데다, 확산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열차 운행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신 9ㆍ19 평양 공동선언이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한 발걸음이라는 의미를 고려해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ASF가 접경지역인 파주에서 발병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선 정부가 ASF 발생 원인과 경로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ASF는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지만, 북한에선 지난 5월 30일 자강도에서 발병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은 이후 추가 발병 여부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통보하지 않았다. 하지만 ASF의 감염 전파속도에 비춰 추가 발병이 있었을 것으로 보건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과거 감염병 발병 시 미비한 방역시스템으로 인해 먼저 외부와 차단에 나섰다. 2003년 사스(SARS) 창궐 때가 대표적이다. 북한은 중국 베이징~평양을 주 2회 오가던 중국 항공의 북한 운항을 전면 금지했고, 사스 의심 외국인은 귀환 조치하거나 평양과 신의주에 있는 격리시설로 보냈다. 증상이 없는 방문객도 지정된 호텔에 10일 간 머무르게 했다. 당시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렸을 때도 회담 관계자 외에 남측 항공기 관계자들은 평양공항에 아예 내리지도 못하게 했다.
2014년 에볼라 사태 때도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외교관과 비즈니스 목적의 외국인 입국자도 21일간의 격리·관찰 조치를 엄격히 시행했다.
북한의 방역 시스템은 여전히 낙후한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ASF 대처 상황도 과거와 유사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ASF의 경우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지만, 아직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어 남북 간 교류가 더욱 움츠러들 것이란 관측이 다. 당장 내달 15일 평양에서 개최되는 카타르 월드컵 남북 예선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정부는 북측이 남북 예선전 평양 개최를 최종 확정하면 별도 당국 협의에 나서 취재진 및 응원단 파견 여부를 논의할 참이었다. 하지만 ASF 파주 발병에 따라 북한이 정부와 대화에 미온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ASF 역학조사 결과, 감염 경로가 북측 지역일 경우 북한도 방역 비상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6월 5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거점소독시설을 방문해 접경지역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북한 자강도 협동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확인되면서 국내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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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북한도 ASF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정부와 보건방역 협력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통일부는 북한 자강도에서 ASF 발병 사실이 확인된 지난 5월 이후 북측에 지속적으로 방역 협의를 제안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월 말 하노이회담 여파로 그동안 별 다른 호응은 없었다“면서도“접경지역에서 ASF가 발병한데다 자체 방역 시스템이 열악한 만큼 정부와 공동대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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