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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식지않는 'NO 재팬'…식어버린 日맥주·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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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째 불매운동 열기 이어져…맥주 판매량 10위권 밖으로

車 점유율 7%로 뚝, 철수설까지…8자리 번호판 도입에 긴장

日 제품 몰래구매 '샤이재팬', 보수진영 중심 '예스재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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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의 한 이자카야 앞에 설치돼 있는 입간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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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한국은)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라는 세간의 폄훼가 고스란히 빗나갔다.


지난 7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시작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른바 '노(No) 재팬' 열기가 석달째 지속하며 일본 제품 판매량이 곤두박질 치고있다.


노 재팬의 직격탄을 맞은 제품은 맥주와 자동차다. 일본산 맥주는 2009년 1월 미국 맥주를 제치고 1위에 오른 후 올해 6월까지 10년 넘게 수입맥주 판매량 선두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 7월 3위로 떨어졌다가 8월부터는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한국 철수설이 돌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7월을 기점으로 일본차 모든 브랜드의 판매량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이상 급감하며, 20%에 이르던 일본차의 한국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7%로 떨어졌다.


특히 일본차 업계는 이달부터 도입된 8자리 번호판 시스템에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달부터 새로 등록하는 차량의 번호판은 기존 7자리에서 8자리로 바뀌었다. '보배드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8자리 번호판이 부착된 일본차는 불매운동 이후 구입한 차량이기 때문에 해당 차주는 매국노'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들 차량에 대해서는 '사소한 범법 행위도 놓치지 않고 관련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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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쇼핑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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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이 노 재팬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자 이미 일본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나 일본과 관련한 자영업자들은 저마다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자동차용품 업체들은 '일본차라 죄송해요' 등의 문구가 적힌 차량용 스티커 제작에 발 빠르게 나섰다. 한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스티커 문구별로 판매량을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없다"면서도 "불매운동 이후 일본차 차주들의 스티커 관련 문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등 일식 주점 업주들은 일본 맥주와 사케 대신 국산 전통주를 비치하는 방식으로 일본색 지우기에 나섰다. 한 이자카야 체인점은 최근 각 점포 앞에 '100%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는 대한민국 브랜드입니다'라는 입간판을 내세우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점주 황모(38)씨는 "입간판을 세우기 전엔 손님이 너무 없어 고민이 컸는데, 입간판을 세운 뒤 손님이 조금 늘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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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갈무리)


반면 남들 몰래 일본 상품을 사거나 일본 여행을 가는 '샤이(Shy) 재팬'이나 일본을 옹호하는 '예스(Yes) 재팬'도 일부 눈에 띈다. 최근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일본 여행 불매가 된 것에 마음이 아프다'며 일본 여행이 그립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해당 글에는 '눈치 볼 것 없다', '일본만큼 관광하기 좋은 나라가 없다' 등 작성자를 응원하는 댓글 수십여개가 달리기도 했다.


또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반 문재인=친 일본'이라며 예스 재팬을 외치는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선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제품 구매 인증샷을 올리는 움직임도 있다.


한편, 우리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에 일본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이에 일본이 추가 경제 보복 조치를 할 가능성이 커 일본 불매운동의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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