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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K리그 우승은? 형들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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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투혼 이동국·김보경·박주영

이, 공격포인트 299개의 해결사

김, 골 4위·도움 7위 MVP 후보

박, 팀 플레이 덕분에 제2 전성기

스플릿라운드서 우승 향방 갈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팀의 맏형 뻘인 베테랑 선수들이 나이를 잊은 듯, 연일 맹활약 중이다. 득점과 도움, 심지어 수비까지, 영양가 높은 팀플레이를 척척 해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K리그 순위표 위쪽에서 ‘트로이카’를 구축하고 있는 전북 현대(승점 63)와 울산 현대(60), FC서울(50)에서도 ‘관록의 노장’들이 빛난다. 이동국(40), 김보경(30), 박주영(34) 등이 전술 운영 면이나 팀 분위기 리드 면에서 무게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K리그 우승 향방 또한 이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중앙일보

K리그 우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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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격수 박주영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이른바 ‘경인 더비’에서 1골·2도움으로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서울은 이날 승리로 최근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의 사슬을 끊었고, 승점 10 이상 차로 벌어졌던 1위 전북, 2위 울산을 다소나마 따라붙었다.

골 욕심을 줄이고, 팀플레이에 주력한 것이 박주영이 ‘제2의 전성기’를 불러올 수 있었던 계기다. 올 시즌 박주영은 26경기에서 공격 포인트 14개(7골·7도움)를 기록했다. 프로 데뷔 시즌인 2005년(30경기 18골·4도움)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한 시즌 7개의 도움도 올해가 처음이다. 종전 기록은 4개(2005, 08년)였다.

서울 팬과 후배들은 박주영을 ‘주멘(박주영+아멘)’이라고 부른다. 애초엔 특유의 기도 세리머니를 탐탁지 않게 여긴 일부 안티 팬들이 비하 목적으로 붙인 별명이었다. 그랬던 게 요즘 들어 ‘박주영은 믿는 만큼 응답하는 선수’라는 칭찬의 의미로 바뀌었다.

성민 서울 홍보담당자는 “후배들에게 박주영은 단순한 팀 동료를 넘어선 존재다. 배우고 싶은 롤 모델이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리더이자 멘토”라며 “추후 지도자로 새출발 한다면 어떨지 매우 기대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박주영은 “(나이·역할에 상관없이) 팀에 도움이 된다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라며 “내가 있든 없든 서울은 항상 승리하기 위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 21년 차 ‘수퍼맨’ 이동국은 존재 자체로 ‘K리그 역사’다. 그렇다고 박물관에 박제된 역사가 아니다. 특유의 ‘해결사 본능’은 여전히 날카롭다.

1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전북의 2-1 승리를 완성했다. 7월 14일 울산전 이후 두 달간 골 맛을 보지 못했던 그가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 득점과 승점을 한꺼번에 선사했다.

상주전 골로 이동국의 K리그 통산 공격 포인트는 299개(222골·77도움)가 됐다. 골이든 도움이든 하나만 추가하면 K리그 최초로 ‘300 공격 포인트’ 고지에 오른다. 올 시즌 7골·2도움으로, 11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 달성도 눈앞에 뒀다.

이동국은 “개인 기록보다 중요한 게 K리그 우승 트로피를 지키는 것”이라며 “우승을 여러 차례 경험한 전북 선수들에겐 ‘우승 DNA’가 있다. 어떤 상황을 만나도 우리 선수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안다. 올해도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의 대항마로 첫손에 꼽히는 울산은 ‘그라운드의 지휘자’ 김보경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경기력은 물이 올랐다. 올 시즌 27경기에서 11골·6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 4위, 도움 7위에 올라 있다. 로페즈(전북), 세징야(대구)와 함께 일찌감치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거론된다.

특히 울산이 ‘사령탑 공백’을 겪으면서 김보경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지난달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가 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22일 강원FC 경기까지 벤치에 앉지 못한다. 김보경은 주장 이근호(35), 박주호(32) 등과 함께 선수단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김보경은 “전북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우승이 목표다. K리그 우승이 쉬울 거라고 기대한 적이 없다”며 “팀 분위기도 좋고, 정상을 밟겠다는 의욕도 넘친다. 순위를 뒤집을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말했다.

현재는 엄밀히 전북-울산의 2파전과 서울의 추격전 양상이다. 하지만 흐름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33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1~6위가 따로 모여 경쟁하는 스플릿 라운드가 펼쳐진다. 이때부터는 ‘진검승부’라고 부를 만하다. 서로의 맞대결은 승점 6이 걸린 벼랑 끝 대결이다. 이럴 때일수록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 해외리그에서 뛰면서, 또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몸에 쌓인 관록은 승부처에서 더 요긴하기 때문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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