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스미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장이 16일 서울 성북구 주한스웨덴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핵화를 위한 남북간 화해 및 북미관계를 재개·강화하기 위한 주요 과제를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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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관계자 등과 북한 비핵화 협상 전망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스미스 소장은 이날 서울 성북동 주한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평화협정에 대한 정의를 아직 분명히 내리지 못했지만, 유엔과 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 등 관계 당사자들이 상호 수용할 수 있는 조건과 내용이어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SIPRI는 국제안보와 핵확산 방지 등을 연구하는 독립적 국제기구로, 북ㆍ미 간 징검다리 역할을 해 왔다. 올 1월 국제회의에 북ㆍ미를 초청,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스톡홀름 상견례’를 성사시킨 것도 SIPRI다.
스미스 소장은 “북한 지도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의 유지”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원하는 것은 협상의 파트너로서 참여하는 것으로, 한국과 미국의 일부 인사들은 그것이 북한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말한다”며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꾀할 것인지, 평화로운 관계를 추구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에 비핵화를 강요하면서 정권 교체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옵션”이라면서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단은 ‘그렇다’고 답하겠지만, 사실 이는 비핵화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며 “가장 중요한 비핵화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도 아직 제대로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스미스 소장은 “한반도 전체에서 핵무기가 사라진다는 의미라면 ‘핵무기를 실은 미국의 해군함이 온다면 입항하지 못하는 핵무기 없는 항구를 만들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핵 위협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북한의 말대로라면 ‘비핵화는 전 세계 어느 곳에도 핵무기는 있어선 안 된다’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소장은 이어 "한국이 지난해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북한이 이를 계속 밀어내면서 한국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열쇠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 쥐고 있다는 것이 세계 강대국 정치의 현실"이라며 "한국은 미국 정책과 동일 선상에 서는 것과 동시에 미국 정책이 평화를 향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도록 독려하는 것 사이에 정교한 균형(fine balance)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17일 올해 연감을 통해 발표한 전세계 핵탄두 보유 현황. [사진 SIPRI 웹사이트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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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로 예상되는 북ㆍ미 실무협상이 스웨덴에서 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스미스 소장은 "나도 모른다. 어떤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도 SIPRI가 어떤 역할로 참여할 수 있을지 솔직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 6월 발간한 세계군사연감에서 SIPRI가 북한이 핵탄두 20~30개를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섀넌 카일 SIPRI 핵무장ㆍ군축ㆍ비확산 프로그램 본부장은 "이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 능력 등을 근거로 한 것으로 다음 연감에서는 수치를 30~40개로 추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에 핵탄두가 10개씩 늘어나는 것이냐고 묻자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12개월간 북한의 핵 능력 변동에 근거해 업데이트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가동해왔기 때문에 이 수치가 틀릴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가 분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소치와 최대치를 내고 그 중간 정도 수치로 추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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