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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국 수출할 콩 경작지 욕심에 지구촌 허파에 불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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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화재의 본질은 인간 욕망

화전 늘릴 생각에 숲에 방화 증가

기후변화로 건조·고온 계속되며

탄소 품은 이탄층 불타며 더 악화

지난 1월부터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의 화재가 지구촌의 환경 재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브라질의 북부 대부분과 이웃 볼리비아·파라과이·페루의 일부인 아마존 강 유역의 면적은 지구 전체 열대우림의 절반인 550만㎢, 한반도(22만847㎢)의 약 25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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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 아마존 유역의 열대우림에서 화재로 인한 연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올해 아마존 유역에선 지난해보다 60%가 많은 4만 건의 산불이 발생해 서울의 약 15배에 이르는 9060㎢가 소실됐다. 중국에 수출할 사료용 콩 경작지를 늘리려는 화전 농민의 방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건조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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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 아마존 지역에서 4만 건 이상 화재가 발생해 서울(605.2㎢)의 약 15배 면적인 9060㎢(90만6000헥타아르)가 소실됐다. 화재의 1차 원인은 농민들이 화전을 일구기 위해 숲에 불을 지르는 행위로 지목된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 아마존의 건기(일반적으로 4~9월)가 비교적 일찍 시작됐고, 7~8월엔 고온 현상까지 겹쳐 화재가 쉽게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건조와 고온이 아마존 산불에 영향을 끼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탄층 때문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온갖 식물이 울창하게 자라는 열대우림이나 숲이 있던 곳에는 죽은 나무와 관목 등 식물의 잔해 유기물이 쌓여 이탄(泥炭) 층을 형성한다. 이탄은 단단한 석탄이 되기 전의 끈적끈적한 상태다. 이탄층은 지구에서 가장 유용한 온실가스 흡수원 역할을 한다. IUCN은 “이탄층은 탄소가 배출하지 못하게 잡아두는 최대의 천연 창고”라며 “지구의 이탄층 300만㎢는 매년 3억700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바이오디자인 연구소에 따르면 아마존 유역에는 지구촌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의 이탄층이 있다. 아마존이 온난화를 막는 ‘지구의 허파’인 이유다. IUCN은 “이탄층은 지구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생태계의 하나로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며 홍수 위험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기후변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지구에 있는 다른 모든 식생을 다 합쳐도 이 정도로 탄산가스 배출을 막아주는 곳은 없을 정도로 이탄층은 온난화 방지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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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브라질 아마존 유역의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화재가 숲을 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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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연료로도 쓰이는 이탄이 자연 상태에서도 발화한다는 사실이다. 건조한 상태에서 번개나 산불로 인해 불이 붙은 이탄층은 오히려 탄산가스의 주요 배출원으로 바뀐다. 현재 전 세계 배출의 6%를 차지한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지구촌에서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 흡수원인 아마존이 지나친 화전·목축지·벌목지·광산 개발 때문에 역으로 최대의 배출원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사실 아마존 화재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아왔다. 건기의 화재와 함께 화전·목축·벌목·광산 등으로 아마존 숲은 매년 줄어왔다. 그런데도 유독 올해 아마존의 끊임없는 화재가 국제적 관심을 부른 배경에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와 함께 이를 전 세계에 알리려는 브라질과 미국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7월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의 과학자들은 인공위성 사진을 공개하며 아마존 유역에서 화재가 예년보다 더욱 늘고 있음을 지적했다. 8월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이 아마존 산불로 인한 연기가 1000㎞ 이상 떨어진 브라질 대도시 상파울루의 하늘을 어둡게 하는 위성 사진을 공개하며 경각심을 높였다. INPE는 위성 영상 분석을 통해 올해 들어 지난 8월 29일까지 브라질에서 지난해보다 77% 증가한 8만 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아마존 유역의 화재는 지난해보다 60% 증가한 4만 건에 이른다고 공개했다. 명백한 영상 증거와 데이터 앞에 전 세계는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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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나사) 과핛자들이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지난달 15~22 일 아마존 일대의 화재 현황을 표시한 이미지. 주황색이 열대우림 화재 현장, 흰색은 대도시의 불빛, 검은색은 숲, 회색은 사바나 지역이다. [사진=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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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아마존 화재는 글로벌 이슈로 진화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위터에 "지구 산소의 20%를 생산하는 허파인 아마존 열대우림에 불이 났다"고 긴급 대처를 호소했다. 마크롱은 아마존 화재를 의제로 올리고 G7 차원에서 진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자 브라질 정부는 4만4000명의 군 병력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화재 진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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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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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브라질의 정치 스캔들로 번지고 있다. 경제성장 우선주의를 들고나오면서 아마존 경작지의 개발 촉진 의사를 밝혔던 자이르 보우수나루 대통령에게 화살이 향하고 있다. 보우수나루 대통령은 부패를 막고 브라질의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당선해 지난 1월 취임했으며 환경보호보다 개발 이미지가 더 강하다. 마크롱의 강공에 모욕감을 느낀 보우수나루가 G7의 지원을 한때 거절하기도 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아마존 화재의 먼 원인으로 미·중 무역분쟁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돼지고기 공급이 절실한 중국이 사료로 쓰이는 대두와 옥수수의 수입선을 미국 일변도에서 브라질 등으로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브라질 농부들이 경작지를 부랴부랴 늘리느라 아마존 유역에서 화전을 만들기 위한 화재가 잇따랐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산불은 아마존 유역 외에도 전 세계에서 만연하고 있다. 올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는 아마존보다 더 넓은 300만 헥타아르의 숲에 산불이 발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선 올해 들어 4927회의 산불이 발생해 11만7000헥타아르가 불에 탔다. 이 지역에선 기후변화 때문에 평소의 5배에 이르는 산불이 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캐나다 앨버타 주에도 680회 이상의 산불이 발생해 80만 헥타아르가 소실됐다. 미국 앨래스카주, 북미의 덴마크령 그린란드에도 산불이 만연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증가하는 산불은 기후변화의 증거이면서 동시에 지구온난화를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다자외교의 장에서 시급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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