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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군공항 이전, 날개단 대구…수원·광주는 ‘수년째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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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 6년

좀처럼 해결 실마리 찾지 못해

수원, 화성 반발에 2년반째 지지부진

정부 반대에도 민간공항 포함 총력

광주, 거론 지역 반발에 논의 중단

무안군 “소음 피해 떠넘기기 부당”

대구는 군-민간공항 연계 이전

군위·의성 유치경쟁…올안 선정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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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숙원이던 군 공항 이전의 물꼬를 텄다.”

2013년 김진표·유승민·김동철 의원 등 여야 의원이 합의해 발의한 ‘군공항이전 특별법’(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도심에 군 공항을 두고 있는 경기 수원시와 대구·광주 광역시 주민들은 지역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도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국방부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예비 이전 후보지까지 선정하며 속도를 낸 수원의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인근 화성시의 반발로 2년 반째 제자리걸음이다. 광주시는 전남도와 상생을 약속하고 군 공항 이전 문제를 협의하고 있지만, 전남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막혀 논의가 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대구만이 경북 군위군·의성군의 유치 경쟁으로 이전 사업에 ‘파란불’이 켜진 상황이다. 국방부는 “대구 군 공항 문제가 잘 풀리면, 수원과 광주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전망은 어둡다. 군공항이전 특별법은 군 공항을 이전할 때 이전 예정 지역 자치단체장이 유치 신청을 하거나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소음 피해 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군 공항을 꺼리기 때문이다.

■ 수원vs화성…민간 공항 병행 건설 놓고 2라운드 수원이 군 공항 이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15년이다. 인구 125만명의 전국 최대 기초 지방정부로 성장했지만, 군 공항으로 수원과 화성 시민 25만여명이 소음에 시달리고, 고도제한 탓에 100여㎢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는 등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수원의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속도가 가장 빨랐다. 국방부가 수원시가 제출한 이전 건의서를 받아들여 2017년 2월 예비 이전 후보지로 경기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했다. 이전이 가시화한 것도 잠시, 화성시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사업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화옹지구 간척지를 미리 정하는 등 선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됐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화성시가 반대한 주된 이유였다. 더욱이 화옹지구가 55년간 미 공군 폭격장으로 희생되어온 매향리에 인접한데다, 화성 습지는 해양 생태계의 보고로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화성시가 반대 이유로 꼽은 것이었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올해 군 공항에 민간 공항을 함께 건설하는 이른바 민간 공항 병행 건설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경기도시공사의 수원 군 공항 활성화 방안 사전검토 용역에서 민간 공항(가칭 경기남부권 공항)을 함께 건설하면 비용 대비 편익(B/C)이 2 이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비용 대비 편익이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국토교통부에 막혔다. 국토부는 지난 4월 “경기 남부에 민간 공항 건설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확장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화성시도 반발했다. 홍사환 화성시 군공항이전대응담당관은 “민간 공항 병행 건설은 군 공항 이전이 어렵게 되자 수원시가 내놓은 ‘꼼수’다. 민간 공항이 필요하면 화성에 지을 게 아니라 교통이 편한 수원에 지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수원시는 올해 말 국토부의 6차 항공개발계획에 민간 공항을 포함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경우 수원시 군공항인접협력국장은 “민간 공항은 활주로가 3.2㎞인데 수원 군 공항은 2.7㎞이고 확장도 어렵다. 경기 남부 780만 주민의 공항 이용 편의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단지의 항공 수요를 보면 민간 공항 병행 건설이 꼭 필요하고 화성시민의 여론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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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도 찬바람…이전 예비 후보지도 못 정해 광주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3년 군공항이전 특별법 통과 뒤 광주시는 2016년 8월 국방부로부터 이전 적정 통지를 받았다. 당시 광주시가 국방부에 제출한 ‘군 공항 이전 적정 지역 조사 용역 결과’에선 전남도의 무안·해남·영암·신안 등 4개 군 6곳이 군 공항 이전에 적정한 것으로 나왔다.

군 공항 이전의 기대감을 높인 것은 광주시와 전남도가 협력하기로 하면서다. 두 지방정부는 지난해 8월 민간 자문위원이 참여하는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를 열어 군 공항 이전에 힘을 합치기로 뜻을 모았다. 광주시는 “군 공항 이전 예정 지역 주변에 4508억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벌여 지역 주민들의 복지서비스를 늘리고 일자리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전남도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사업이 제자리걸음 상태다. 선준식 전남도 정책기획관실 팀장은 “적정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매우 심해 주민 설명회조차 열자고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 군 공항 이전의 최적합지 가운데 한곳으로 주목받은 무안군의 경우, 반대 여론이 거세다. 무안군 군공항이전대책협의회가 지난 3월부터 벌인 반대 서명에 주민 8만2천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4만여명이 참여했다. 박기수 무안군 군공항대응팀장은 “주민들 사이에선 광주 군 공항의 소음 피해를 다른 지역에 떠넘기려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군 공항 이전 거론 예정지가 무안의 대표적 관광자원이 있는 곳이어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방부 군공항이전사업단 쪽도 “해당 적정 후보지에 가서 주민설명회를 한다고 공고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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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 경쟁 속 대구 군 공항 이전 ‘파란불’ 이런 가운데 대구는 이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군사공항(K-2)과 민간 공항을 한데 묶은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추진 중인 대구시는 “국방부가 올해 12월 말까지 대구통합공항 이전 후보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이전 후보지는 대구 시내에서 승용차로 30∼40분쯤 걸리는 경북 군위군 우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군위군 소보면 접경 지역 등 2곳이다.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면 2021∼2022년 공사가 시작돼 2025∼2026년이면 완공된다. 새로 이전할 통합공항은 1527만㎡ 규모로 현재 대구 시내에 자리 잡은 공항 면적의 2.2배이다. 이 중 대부분을 군사 공항에서 사용하고 민간 공항은 30만∼40만㎡에 이른다. 김진상 대구시 통합신공항추진본부장은 “전체 면적 중 절반은 공원으로, 절반은 아파트단지와 상업·산업단지로 분양해 얻은 9조∼10조원을 이전사업비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걸림돌도 있다. 민간 공항은 그대로 두고 군 공항만 옮기라는 여론도 높기 때문이다. 강동필 ‘시민의 힘으로 대구공항 지키기 운동본부’ 사무총장은 “다수 시민은 민간 공항은 남겨두고 군사 공항만 옮기기를 원하지만, 대구시가 뚜렷한 이유 없이 통합 이전을 서두른다. 자칫 새로 옮긴 대구통합공항이 동네 공항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은 “군 공항 이전은 동구 지역 소음 해결과 대구 발전의 계기가 된다. 군 공항만 옮길 수는 없다. 시민적 합의를 해야 하지만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지난 지방선거 때 통합공항 이전을 약속한 만큼 시민 합의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원 광주 대구/홍용덕 정대하 구대선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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