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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아내는 홍콩 시위자, 남편은 경찰 "우리 가족에게 평화를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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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가족 모임 주도한 서니씨… NYT, 홍콩 부부 사연 보도 화제

조선일보

홍콩 시위 참가자 서니씨는 자신과 경찰관인 남편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성(姓)을 밝히지 않고 마스크를 쓴 채 외신 인터뷰에 응했다. /뉴욕타임스


"경찰을 시민에게 돌려달라."

지난달 25일(이하 현지 시각) 홍콩 경찰청 앞에 홍콩 경찰관을 가족으로 둔 수십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어른들은 우리에게 '경찰은 나쁜 사람들을 잡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경찰의 가족인 우리조차 아이들에게 '경찰은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없다"고 외쳤다. 홍콩에서는 지난 6월부터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지속됐고,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다.

이날 집회는 경찰관 가족들의 모임인 경원친속연선(警員親屬連線)이 주도했다. 모임을 만든 사람은 홍콩 하급 경찰관을 남편으로 둔 서니(26)씨다. 모임에는 서니씨처럼 시위에 참가하거나 시위 참가자를 지지하는 경찰관 가족들이 참가한다. 경찰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목표로 지난 6월 만들어졌다.

지난 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서니씨는 정부의 송환법 추진에 맞서 거리에 나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그의 남편은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 야간조로 근무하고 있다. 홍콩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부터 그들은 밤에는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맞서다 낮에는 함께 두 딸을 돌보는 삶을 살고 있다. 서니씨는 NYT에 "매일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시위 현장에서 얻었을 긴장을 풀어주려 하지만, 대화가 항상 평화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에게 "얼마나 화가 나든 법이 범법자들을 처벌할 것이니 불필요한 공권력을 쓰려 하지 말라. 당신은 경찰관이지, 고문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해준다고 했다.

남편은 자신이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NYT에 "지금 상황이 나와 가족에게 엄청난 압박이 된다"며 "경찰관으로서 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체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내는 나에게 항상 '경찰이 다시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라'고 한다"며 "덕분에 정부 당국의 시위 대응 방식을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서니씨와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다 5년 전 결혼했다. 서니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경찰학교를 졸업하던 날을 회상했다. 서니씨는 "그때 남편은 경찰이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두세 달 만에 위계질서가 너무 강해 기대 이하의 직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 폐기를 발표했지만, 서니씨는 시민과 경찰 간의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니씨는 "우리는 경찰은 아니지만 그들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며 "아내들이 나서면 시민들도 경찰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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