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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352일간 걸어서 6300㎞… 양쯔강 완주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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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탐험가 애시 다이크스, 서울영국학교 강연 위해 한국 와

"영하 20도, 해발5000m도 견뎌내… 아이들에 탐험 정신 길러주고파"

야생 늑대 무리에게 밤낮 쫓기며 절벽을 척척 타 오른다기에 체격 건장한 청년을 떠올렸는데 아니었다. 군살 하나 없이 마른 체형의 영국인 탐험가 애시 다이크스(29)는 "3주 전 양쯔강 완주를 마쳐 탐험 시작 전보다 11㎏ 빠졌다"고 했다. "덥고 음식이 부족한 상태로 하루 40~50㎞씩 걷죠. 최고의 다이어트네요."

그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중국 양쯔강 완주에 성공했다. 강을 따라 티베트 평원 상류에서 상하이 외곽 바다까지 총 6300㎞, 352일을 걸었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덜위치칼리지 서울영국학교의 연례 강연 프로그램 '섀클턴 강의'를 위해 이곳을 방문한 그는 "아이들에게 탐험 정신을 불러일으키고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

지난 9일 서울에서 만난 애시 다이크스는 “포기하고 싶을 땐 그날의 목표를 수정해 버틴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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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 탐험은 작년 8월 시작됐다. 영하 20도 날씨를 버티고, 해발 5000m 이상 고도에서 고산병에 시달렸다. "깎아지른 듯한 협곡을 지났어요. 탐험 시작 4개월 뒤엔 산사태 때문에 대원 10명이 다쳐 돌아갔죠." 그는 "야생 늑대 무리가 부상자를 공격하려 캠프 주변을 사흘간 어슬렁거렸을 땐 정말 아찔했다"며 "불침번을 서며 겁을 주고 쫓아내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양쯔강 상류 티베트 고원에 도달하기까지 예상보다 두 달이 지연됐지만, 결국 성공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항상 찾아오죠. 그럴 땐 당장 이동 가능한 거리를 정하는 식으로 목표를 수정해 버팁니다."

어릴 때부터 야생 다큐멘터리를 좋아해 대학에서 야외교육학과를 전공했다. 2011년 캄보디아에서 베트남 북부까지 10달러짜리 자전거를 타고 횡단한 게 모험의 시작이었다. 무일푼으로 장비 하나 없이 15일간 1818㎞를 달렸다.

히말라야를 오르고, 미얀마 정글을 탐험했다. 그는 "탐험비를 벌기 위해 태국에서 2년간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일하며 '무에타이 파이터'로 경기장에도 섰다"고 했다. 2014년 몽골 서쪽에서 동쪽을 78일간 횡단해 세계 최초 기록을 세웠다. "2016년 마다가스카르 내륙에 있는 산 8곳을 가로질러 155일간 2575㎞를 횡단하기도 했어요. 이 역시 최초였죠."

자신의 탐험 경험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는 5주간의 몽골 고비 사막 횡단을 꼽았다. "물이 거의 떨어졌는데, 다음 우물까지 4일을 내리 걸었다"고 했다. "곧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신력으로 100m 걷고 5분 쉬는 방식으로 버텼죠." 타란툴라 거미, 뱀, 전갈 같은 곤충을 씹어 먹으며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이번 양쯔강 횡단 때 강가에 버려진 플라스틱과 비닐을 보고 놀랐어요. 오염 정도를 기록해 사람들에게 환경 보존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죠. 인류의 무한한 잠재력과 환경 보존의 필요성을 알리는 탐험가가 되고 싶습니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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