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가 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팔짱을 낀 채 앉아 있다. 왼쪽은 브렉시트 준비를 총괄하는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 오른쪽은 제이컵 리스-모그 하원 원내대표. [EPA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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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취임 후 처음 치러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관련 투표에서 패배한 것이다.
영국 하원은 3일 저녁(현지시간) 의사일정 주도권을 내각에서 하원에 부여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한 결과 찬성 328표, 반대 301표로 통과시켰다. 집권 보수당 의원 가운데 21명이 당론을 어기고 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에 큰 차질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수당 소속의 올리버 레트윈 의원은 하원이 재개된 이날 오후 존 버커우 하원의장에 '상시 명령 24조(Standing Order·SO 24)'에 따른 긴급토론을 신청하면서 이같은 안건이 상정됐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레트윈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이 10월 31일 '노딜' 브렉시트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우리는 오늘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가 3일 하원 의사당을 떠나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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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의안 가결로 하원은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에 반대하는 초당파 의원들이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준비한 EU(탈퇴)법에 대해 다음날인 4일 투표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EU 정상회의 다음날인 오는 10월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거나,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도록 했다. 둘 다 실패할 경우 존슨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했다. 결의안이 27표 차로 하원을 통과한 만큼 EU(탈퇴)법 역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결의안 가결 직후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조기 총선 동의안을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슨 총리는 "총선을 원하지는 않지만 내일 하원이 이 법안에 찬성한다면 대중은 10월 17일 브뤼셀(EU 정상회의)에 누가 갈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노동당의 코빈 대표가 간다면 그는 EU가 원하는 대로 할 것이지만, 자신이 가게 된다면 브렉시트 합의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아울러 "하원이 내일 의미 없는 브렉시트 연기를 택한다면 총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러나 이날 보수당의 필립 리 의원이 탈당한 뒤 자유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집권 보수당 정부는 하원 과반을 상실해 조기 총선 동의안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리 의원은 성명에서 "보수당 의원으로서 유권자와 국가의 최고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불필요하게 영국민의 삶과 생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당 연정은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 311명에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미니정당 민주연합당(DUP) 의원 10명을 더해 겨우 과반(320석)에서 1석을 더 차지하고 있었다. 리 의원의 탈당으로 겨우 과반을 유지하던 연정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금융 시장은 이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전망에 파운드화값이 1.19달러대에서 1.21달러대로 상승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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