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개정안, 정개특위 전체회의 통과
정의당 '조국 적격' 판단 유보하며 與에 표결 압박해 와
국회 정개특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법 개정안을 재석위원 19명 중 찬성 11명으로 가결했다. 지난 27일 구성된 안건조정위가 하루 만인 28일 법안을 다수결로 통과시킨 데 이어, 또다시 하루 만에 여야 3당이 공조해 선거법을 처리한 것이다. 세부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원안이 그대로 국회 법제사법위로 넘어갔다.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홍영표(맨 왼쪽) 위원장이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가운데) 원내대표, 장제원(오른쪽) 간사가 “날치기 통과”라며 항의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이 이날 선거법 표결을 강행하려 한다는 소식에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정개특위 회의장으로 몰려왔다. 한국당 정개특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위원장석 앞에 서서 "날치기 처리"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선거법 처리에 반대해 온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도 "권위주의 시대에도 이렇게 국회법을 위반하면서 힘으로 밀어붙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은 "찬성하는 의원은 기립(起立)하라"며 표결을 강행했다. 이로써 선거법은 법사위 심사 최장 90일을 거쳐 이르면 오는 11월 27일 국회 본회의에 오르게 됐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선거법 처리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은 내년 총선과 조국 문제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의당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적격 여부' 판단을 유보하면서 민주당에 선거법 표결을 압박해왔다. 여권 관계자는 "정개특위 시한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시기가 맞물리면서 민주당이 결단을 내려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형성된 '범여권 공조'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최근 민생 경제 악화와 인사(人事) 문제 등으로 '총선 위기론'이 제기돼 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하고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범여권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최선을 다해 공조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선거법이 개정되면 오히려 민주당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정치 개혁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해왔다. 실제 법안 원안대로라면 정의당 등 범여권 성향 야당의 의석수가 크게 늘어난다. 민주당 의석이 줄더라도 범여권 전체 의석은 늘어날 수 있다. 야당 관계자는 "결국 총선에서 '범여권 과반'을 달성하기 위해 선거법을 밀어붙인다는 얘기"라며 "민주당 머릿속엔 지금 오로지 총선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선거법과 함께 처리하기로 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두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공수처법을 처리하는 데 사활을 걸어왔다. 그러나 정개특위와 마찬가지로 이달 말 시한이 종료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개특위는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속도전이 가능했지만, 사개특위는 한국당이 위원장이라 싸워봐야 실익(實益)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민주당의 관심이 총선에 집중돼 있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선거법이 '핵심 과제'가 된 것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최연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