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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여야 4당 정개특위서 선거법 강행처리…한국당, "청문회 빼고 의사일정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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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영표 국회 정개특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장제원 간사,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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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첫 회의를 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9일 회의로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10개월 활동의 결과물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 연령 18세 하향 등 내용을 담은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여기엔 그러나 “날치기 처리”(자유한국당)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정개특위는 이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표결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다. 회의 시작부터 한국당 위원들은 의사 진행 발언을 요청하며 반발했다.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하면 네 번째 날치기“라고 주장했다. 앞서 ▶4월 30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 ▶27일 정개특위 소위 의결 ▶28일 안건조정위 의결까지 거론한 것이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절차에 불법성은 없다고 반박하며 “이달 말에 처리해야 오는 12월 본회의 처리가 가능해 정상적으로 내년 선거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위원 사이 고성이 오가자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민주당)은 “정상적인 회의가 불가능하다”며 “표결하겠다.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은 기립해달라”고 했다. 전체 19명의 위원 중 김종민 의원 등 민주당 의원 8명과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용주 대안정치 의원 등 11명이 일어섰다. 한국당 의원 7명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앉은 채로 “날치기”라고 소리쳤다. 회의장에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장제원 의원은 국회법 해설 책자를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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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국회 정개특위 자유한국당 간사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되자 국회법 해설집을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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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했던 이들이 떠난 후 회의장에서 김성식 의원은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문을 들어 보이며 “정개특위 회의 때마다 들고 와서 너덜너덜해졌다”고 했다. 합의문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문구와 나 원내대표 등의 서명이 들어 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새 선거제로 시뮬레이션하면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든 가장 큰 손해를 본다. 손해를 보면서도 개혁 의지를 지킨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국당은 그간 여야 합의로 선거법을 처리했던 관례를 깼다는데 강하게 반발했다. 정개특위 산회 직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나 원내대표는 “오늘 대한민국의 의회 민주주의가 좌파 독재 야욕으로 또다시 짓밟혔다”며 “국민과 함께 민주당을 탄핵하자”고 했다. 한국당은 청문회를 제외한 나머지 국회 일정은 중단했다. 이에 이날 예정돼 있던 예산결산특위, 외교통일위 회의가 모두 취소됐다. 한국당은 오는 30일 부산,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외 투쟁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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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9일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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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논의 어떻게 되나=진통 끝에 정개특위를 통과한 선거제 개편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심 의원의 선거제 개편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법안은 법사위에서 90일 동안 머무른다. 오는 11월 말 본회의에 자동 부의가 되고, 상정되면 표결이 가능하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선거제 관련 여야 협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홍영표 위원장은 “앞으로 협상을 위해서 오늘 의결한 것이다. 최종 의결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오늘 의결이 선거제도 개혁의 열차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한국당이 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법사위 계류 시간인) 3개월 동안 한국당은 협의에 동참하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우리 당에서도 심 의원 법안대로 선거제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선거제를 정개특위에서 밀어붙이는 것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 한국당에게 3개월이라는 시한으로 압박함으로써 협상의 동력을 다시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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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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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야 4당과 한국당 사이의 협상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으로선 협상에 임할 실익이 없어서다. 선거법을 새로 합의하지 않고 한국당이 버틸 경우, 심 의원 법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또 나 원내대표는 “법적 조치를 하나하나 취해가면서 상상할 수 없는 저항을 하겠다. 앞으로 패스트트랙 절차 진행 과정에서 일체의 정치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여당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제 개편안 처리로 국정 운영의 부담이 커졌다. 선거법 처리가 불쏘시개가 돼 ‘조국 정국’ 등도 마비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여당 내에서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처리도 걱정이다. 여당은 자신들이 더 방점을 두던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소수 정당이 원하던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함께 지정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사법개혁 법안은 선거법보다 한 달 늦게 본회의에 부의된다. 사개특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사법개혁 법안보다 선거제 개편안이 먼저 처리될 경우 사법개혁 법안은 처리되지 않는 거 아니냐는 불안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당은 우선 선거법보다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의원은 “‘조국 정국’에 물타기를 하기 위해서 이 시점에 (선거법 개정안 의결 강행을) 벌였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당은 조국·선거법 투쟁을 병행하면서 민주당의 간교한 계산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성민·김준영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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