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려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장제원 간사 등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활동 기간을 사흘 남겨 둔 29일 여야 4당(자유한국당 제외)이 합의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린 선거제 개편안을 진통 끝에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총선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선거제 개혁 작업이 큰 걸음을 내디뎠다. 국회절차상 첫 고비를 넘은 선거제 개편안은 이제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로 넘어가게 됐다.
한국당은 이날 지난 4월 패스트트랙 대치 당시처럼 표결을 몸으로 막지는 않았지만 “날치기 강행”이라며 강력 반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국회가 다시 장기 파행 위기에 처했다.
정개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재석 위원 19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이용주 무소속 의원 등 11명이 찬성했다. 표결 처리에 반대한 한국당 의원 7명 전원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권했다.
가결된 개정안은 지역구 의석을 현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비례대표 75석은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50%의 연동률이 적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안을 20대 총선에 적용할 때 123석을 얻었던 민주당의 의석은 107석으로 줄고, 새누리당(한국당 전신)도 122석에서 109석으로 감소한다. 반면 28석인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전신)과 6석인 정의당은 각각 60석, 14석이 된다. 정당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 수가 많은 거대 양당은 의석 수가 줄어드는 반면 소수 정당은 약진하는 셈이다.
정개특위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이날 처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여야 4당이 제1소위와 안건조정위에서 한국당을 제외한 채 의결을 강행한 데 이어 전체회의에서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자 “날치기”, “망나니 같은 짓”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같은 시각 대응책을 논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고 있던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회의장으로 몰려와 홍영표 위원장에게 고성을 지르고 항의하면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대치가 길어지자 홍 위원장은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불가능하니 빨리 종결해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한국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표결을 진행했다.
황교안(앞줄 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여섯번째)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당은 “날치기 강행과 좌파독재 야욕으로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가 짓밟혔다”며 거세게 저항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차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되 상상할 수 없는 저항을 하겠다고 밝혔듯 법적인 조치를 하나하나 취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과 김종민 1소위원장 겸 안건조정위원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패스트트랙 절차 진행 과정에서 일체의 정치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일단 오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은 계속하지만 다른 국회 일정은 진행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외교통일위 전체회의,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 등이 전부 취소됐다. 2일 개회 예정인 9월 정기국회도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