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체회의서 ‘심상정 안’ 표결 강행에 아수라장
고성·막말 속 여야 충돌… 한국당 “민주주의 끝났다”
복잡해진 정치셈법, 선거법 바뀌면 소수당 유리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이 29일 오전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와 장제원 간사(오른쪽) 등이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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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활동시한을 이틀 남겨두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선거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했다. 여당과 야당 의원들은 고성과 막말을 내뱉으며 충돌해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선거제 개정안’ 한국당 저항 속 표결 강행… 찬성 11·기권 8
정개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합의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재석위원 19명 가운데 찬성 11명(기권 8명)으로 과반수를 넘겨 의결했다.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 지 121일 만이다.
법안처리 과정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여당은)망나니냐”·“역사와 국민이 심판할 것”·“날치기 독재”라고 소리치며 표결 시도를 저지했다. 이들은 전체회의에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합의되지 않았다며 “토론을 더 해야 한다”고 지연작전을 펴려고 했으나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발언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이들은 “국회의원의 발언도 막느냐”며 거세게 저항했다. 이에 맞서 여당 의원들도 “의사진행을 방해하지 마라”·“표결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의원총회에 참석 중이던 정개특위 소속이 아닌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난입하기도 했다. ‘선거법 날치기’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이들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민경욱 전 대변인을 앞세워 의사 진행을 저지했다. 이들이 홍 위원장 앞으로 다가가자 김종민 민주당 간사가 “이건 아니다”라고 막아서기도 했다.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표결이 강행되자 “대의 민주주의는 소수파를 배려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숫자가 많다고 강행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날치기에 이어 정개특위 제1소위, 안건조정위에 이어 선거법 개정안에만 네 번째 날치기를 한 독재당”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손에 들고 있던 국회법 해설서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민주주의는 끝났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거센 반발에 민주당도 고성으로 응했다. 기동민 의원은 “한국당에서 국회법을 준수하라고 하는데 국회선진화법으로 고발당했으나 경찰 출석도 하지 않는 이들이 할 말은 아니지 않느냐. 후안무치”라며 비난했다.
김종민 간사는 “정개특위가 이달 말까지 의결해야 (선거법 개정안을)본회의로 넘겨 내년 총선의 선거 관리가 가능하다”며 표결 강행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날 의결된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회부돼 최장 90일간 심사한다. 이후 본회의로 넘겨져 부의한다. 선거법 개정안이 정개특위를 통과했지만 범여권이 본회의까지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 선거법이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이니 만큼 여야가 합의해 처리해온데다 합의 없이 밀어붙였다는 정치적 부담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홍 위원장은 “선거법 개정안은 한국 정치를 바꿔보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라며 “한국당이 지금이라도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에 응한다면 5당 간 합의로 내년 총선을 정상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당에 유리한 ‘심상정안’… 민주당 내에서도 ‘눈치’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25대 75로 구성한다. 비례대표 의석수는 전체 의석을 각 정당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하고 각 정당에 배분한 의석수에서 해당 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획득한 당선자 수를 뺀 의석수의 절반을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비례대표 의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비례대표 명부를 여섯개 권역별로 작성하고 정당별 열세 지역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지역구 후보자를 비례대표의원으로 선출하는 석패율제와 선거권 및 선거운동 가능 나이를 18세 이상으로 하향조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심상정 안은 거대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보다는 정의당 등 소수정당에 더 유리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개특위에 보고한 ‘여야 4당 합의 선거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2016년에 치른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23석을 얻었으나 새 선거제를 적용하면 107석에 그친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122석에서 109석이 된다. 반면에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정치 무소속)은 22석 늘어난 60석으로, 정의당은 6석에서 14석까지 는다. 2008년의 18대 총선, 2012년의 19대 총선의 결과도 비슷하다.
선거법 개정안의 입법 변수는 오히려 민주당 안에 있다. 지역구가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어드는데다 인구변화 등으로 지역구 재편이 불가피해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할 수 있다. 즉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민주당 내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란표’가 20명에 이를 경우 본회의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당분간 파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조국 법무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내달 열리는 제20대 마지막 정기 국회 등을 보이콧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앞으로 진행될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개특위가 산회하자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앞으로 패스트트랙 절차 진행 과정에서 일체의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여당에 경고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홍 위원장과 김종민 제1소위원장·안건조정위원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 고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차분하고 단호하게 상상할 수 없는 저항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동시에 한국당 소속 의원 60여 명은 정개특위의 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되자 ‘독재 선거법 날치기 원천무효’ 플래카드와 함께 ‘선거법 날치기’, ‘조국 사퇴’ 피켓을 들고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 집결해 범여권을 규탄했다.
29일 오전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장제원 간사가 국회법 해설책을 던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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