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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여야4당 ‘선거법 처리강행’···"독재","후안무치" 고성 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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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특위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의결···여야 4당 공조

표결 직전 한국당 의원들 몰려와 “날치기”, “국가전복 시도” 항의

지난 '패스트트랙 충돌'처럼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9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 개혁안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고성과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시작된 이날 전체회의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여야 4당이 마련한 선거제 개혁안의 표결 가능성이 제기돼 긴장감이 감돌았다.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회의에 참석했다.

민주당 소속인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은 회의를 시작하며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전날 안건조정위에서 조정안으로 의결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홍 위원장은 “오늘은 안건조정위가 조정안으로 의결한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는 일정”이라며 선거제 개혁안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야 4당과 한국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이날 표결 처리 여부를 놓고 맞섰다.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내년 총선의 선거 관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8월 말에 의결할 수밖에 없다”며 “오늘 의결해야 90일 동안 여야 협상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경찰 조사도 받지 않으면서 법을 지키자고 말하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이용주 의원은 “패스트트랙 합의 목적에 따라 내년 총선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개특위 기한 내에 이 법안이 잠정적으로나마 의결돼 법사위, 본회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과거 ‘대화와 타협이 빠진 다수결은 수의 독재로 전락한다’고 했다”며 “옛날의 조국이 현재의 민주당을 저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안건조정위에서 간사 간 합의도 안 된 부분을 숫자가 많다고 표결로 처리하는 망나니 같은 짓을 하고 있다”며 “역사 앞 죄인들”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은 “날치기를 하겠다고 공언해놓고 어떻게 용인하라는 것이냐”며 “국회법에 따라서 안건을 조정하고 내년에 못 치르면 그다음 4년 뒤 선거에서 적용하려 노력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위원장은 한국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날치기인지 아닌지는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홍 위원장이 발언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한 데 대해 반발했고, 토론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위원장석으로 다가가 격하게 항의했고, 여야 의원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토론이 끝날 즈음엔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20여 명이 긴급 의원 총회를 마치고 정개특위 회의장으로 몰려와 ‘선거법 날치기’라 쓰인 피켓을 들고 “날치기를 중지하라”, “국가전복시도”라며 항의했다. 이에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홍 위원장에게 “경호권을 발동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홍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난무한 가운데 ‘기립 투표’ 방식의 표결을 강행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 8명과 바른미래당 김성식·정의당 심상정·무소속 이용주 의원 등 11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찬성 의사를 표시했고, 선거법 개정안은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의결됐다. 지상욱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임에도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주문하며 찬성하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정개특위 회의장에 몰려들었으나 홍 위원장의 선거법 개정안 가결 선언을 물리적으로 저지하지는 않았다. 다만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 처리 강행에 거센 반발을 보였다. 장제원 의원은 가결 선포 직후 “오늘은 대한민국 국회법의 장례식을 하는 날”이라며 홍 위원장 앞에서 국회법 해설서를 던지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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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위원장은 회의를 마치기 전 “위원장을 맡으면서 조금이라도 진전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을 했다”며 “회의 소집을 반대해놓고 국회법에 따라 회의를 소집하면 난장판을 만드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의결이 아닌 시간만 줄인 것”이라며 “한국당이 지금이라도 정치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찬성표를 던진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비록 준연동형이지만 진전된 비례성의 개선을 담고 있어 정치개혁의 시발점이자 불씨”라며 “침대 축구로 좌초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더 이상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 열차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로써 한 걸음 더 전진했다”며 “이 과정은 시간을 확보한 것으로, 법안 내용 관련 정치적 협상 여지는 그 시한 내에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개정안을 심사하는 법사위의 여상규 위원장이 한국당 소속인 것을 염두에 둔 듯, “법사위는 대한민국 국회의 상원이 절대 아니다”라며 “패스트트랙은 법사위에서 90일이 지나면 본회의로 넘어와야 하는데 이를 법사위가 침해한다면 명백한 월권”이라고 강조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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