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배클라란 성당에 설치…추모비 위에 설 동상은 사라져
필리핀 성당 내 세워진 '일본군 성노예' 추모비와 생존자 에스텔리타 디 할머니(왼쪽)와 나르시사 클라베리아 할머니(오른쪽) |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지난해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일본군 성노예' 추모비가 철거된 지 1년여만에 새로운 추모비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교도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현지 여성단체인 '라일라 필리피나'(Lila Pilipina)와 '가브리엘라 여성당', '진보를 위한 통합' 등은 이날 마닐라의 배클라란 성당 구역에 설치된 '2차 세계대전 당시 군 성노예와 폭력 희생자' 추모비를 공개했다.
추모비에 헌화하는 필리핀 일본군 성노예 생존자 |
가브리엘라 여성당 소속 알린 브로사스 의원은 이 추모비가 위안부 역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브로사스 의원은 이어 "우리 할머니들이 이 문제에 관해 입을 연 이후로 여태껏 정부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한 적이 없다"며 필리핀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또 추모비 위에 세워질 예정이었던 2m 높이의 일본군 성노예 추모 동상이 이날 제막식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졌다고 밝혔다.
'진보를 위한 통합'의 테레시타 앙 시 대표는 "동상 제작자가 지난 22일까지만 해도 동상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전해왔었다"면서 "그런데 며칠 만에 갑자기 동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추모비를 방문한 필리핀의 일본군 성노예 생존자 |
사라진 추모 동상은 두 눈이 가려진 필리핀 여성의 모습을 본뜬 형태로, 마닐라만 산책로에 세워졌다가 지난해 4월 마닐라시 당국에 의해 철거된 것과 같은 모양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당시 "다른 국가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며 추모상 철거를 두둔했었다.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필리핀에는 일본군 점령기에 약 1천명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철거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추모비와 동상 |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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