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으론 "지소미아, 한·미동맹과 무관" 강조
내부선 "카터 '미군 철수' 후 첫 네거티브 변수"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22일 리커창 중국 총리와 면담하기 위해 인민대회당에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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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2일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직후 미국 측이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낸 뒤 외교부가 초긴장 상태다. 외교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5일에도 “특별히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소미아 종료는 한ㆍ일 양자 관계 맥락에서 결정한 것이고 한ㆍ미 동맹과는 무관하며, 북핵 문제를 포함해 역내 안정을 위한 한ㆍ미 연합 대비 태세는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는 기본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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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부에선 이번 결정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한ㆍ미 관계가 확실히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며 “1970년대 후반 지미 카터 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논란 이후 주로 플러스 요인이 더해졌던 한ㆍ미 동맹 관계에서 처음으로 대형 네거티브 변수가 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특히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스스로를 한ㆍ미ㆍ일 협력의 상징처럼 여기고, 공개 석상에서 지소미아를 강조해 왔던 만큼 예고 없이 통보를 받아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미국이 이제부터 이 문제가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심각하게 들여다 보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서 외교부는 물론 국방부도 주체가 아니었다고 한다. 군사정보를 일본과 직접 공유하는 국방부의 경우 공식, 비공식으로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청와대에 설명해 왔다고 한다. 외교부의 경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회의가 열렸던 22일 중국 베이징 외곽에서 한ㆍ일ㆍ중 장관 회담을 소화하고 있던 강경화 장관은 NSC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조세영 1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전날 강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郎)일본 외상의 한ㆍ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가 NSC에 보고됐지만, 외교부는 회담 결과 전달에서 그쳤고 지소미아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자는 의견은 포함되지 않았다. 강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로 기울어진 청와대의 기류도 사전에 전달받지 못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소미아 결정은 NSC의 회의로 결정된 것이어서 강 장관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예단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 2차 회의가 이달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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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운터파트인 미 국무부는 물론, 주한 미국 대사관도 전혀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 했다. 결정 당일 미 국무부 고위급인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중이었지만, 비건 대표에게도 사전 언질은 없었다. 미 국무부가 22일(현지시간) 논평에서 한국 정부를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로 지칭하면서 강한 실망감을 표현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외교부 일각에선 “한국도 때로 판을 깨는 옵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냐는 인식도 있다. 반면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ㆍ일 문제가 아닌 미국 주도의 안보 협력 체제”라며“한국이 여기서 먼저 이탈한 만큼 미국이 그간 동맹 관리 차원에서 눈감아줬던 여러 문제가 나올 수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예고 없는 대북제재 등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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