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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N인터뷰] 누가 진짜 악마일까…'변신' 김홍선 감독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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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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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범죄 스릴러 '공모자들'과 케이퍼무비 '기술자들'의 김홍선 감독이 이번엔 하우스 호러 장르로 돌아왔다. 지난 21일 개봉 이후 3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면서 기이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서로 의심하고 증오하는 가운데 구마사제인 삼촌 중수(배성우 분)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113분의 러닝타임동안 상대가 진짜 내 가족일지, 내 가족의 얼굴을 한 악마인지 모를 긴장감 속에 영화는 관객들을 극한의 공포로 몰아간다. "전작에서 사회적인 얘기를 하다 보니까 사람이 제일 무섭지 않을까 했다"던 김 감독의 생각에서 출발한 '변신'. 주연배우 배성우 성동일 장영남 등과의 작업 과정부터 '누가 진짜 악마일까'라는, 영화가 여운을 남기는 질문까지 김홍선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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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하우스 호러 장르다.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 당시, "전작에서 사회적인 얘기를 하다 보니까 사람이 제일 무섭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었다. 하우스 호러에 도전한 이유가 있나.

▶기본적으로는 재미있는 걸 하고 싶었다. 공포 스릴러지만 사회적인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차와 소음 등 이웃과의 문제들을 통해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점을 드러내고 싶었다. 또 사람들에겐 가족이 무조건 선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가족이 악으로 보였을 때 얼마나 무서울까 상상했다. '변신'이 오컬트 장르이기도 한데 호러 장르와 섞인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차별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악마가 사람으로 변한다는 점이 기존 오컬트물과는 다른 '변신'의 차별점인데. 어떤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나.

▶ 제작사와 작가님이 기획을 잘 해준 덕이다. 악마의 베이스는 '악마백과사전'이라는 마니아들의 책에서 가져왔다. 거기에 보면 기원전 3200년 전에 이집트 나일강 문명 때 아몬이라고 그들이 떠받들었던 악마가 있었다고 한다. 까마귀 얼굴을 한 머리 두 개의 악마라고 하더라. 그 악마가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고 갖고 논다고 나와 있다.

-'변신'이 오컬트 장르 마니아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 기존 오컬트 영화에서 구마 의식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보다 리얼리티에 가깝게 플라스틱으로 구마자의 손목을 묶는다든지 성수 보다는 많이 사용되지 않았던 성유를 쓰려고 했다. 악귀를 쫓는 데 사용했다는 한국적인 청동거울이나 옛날부터 악마를 쫓아내는 데 사용했다는 복숭아 가지 등을 보여드리려 했다. 또 악마가 빠르게 움직이는 특성들을 파악해서 서스펜스로 강화하려 했다. 그 패턴도 반복이 되면 익숙해지니까 어떻게 하면 긴장감을 더 드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성동일과 전작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다시 한 번 더 작업하게 됐다.

▶선배님과는 전작을 하면서 너무 좋았고 잘 맞았다. 제게 마음의 안식처가 돼주시는 선배님이시다. 전작에선 선배님과 작업하는 회차가 많지 않아 이번엔 오래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각색을 선배님을 염두에 두고 쓰겠다고 말씀드렸다. 선배님은 '변신' 촬영하시면서 다른 작품 병행도 안 하시고 여기에만 올인해 주셨다. 감사했다.

-배성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배성우 선배님은 제작사 대표님과의 친분으로 함께 하게 됐다. 선배님은 다른 감독들로부터 추천을 많이 받았다.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이시라 성실함은 1등이신 것 같다. '리얼하게 동네 성당에 있을 법한 사제였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관리도 많이 해주시고 운동도 많이 하시면서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다. 성스럽게 따뜻하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잘 받아주셨다.

-장영남의 밥상신은 관객들이 놀랄만한 장면이다.

▶우리 엄마가 변했을 때 얼마나 무서울 수 있을까 그게 포인트였다. 엄마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등을 고민했고 계란말이 시금치를 반찬으로 정했다. 대사는 많은 엄마들이 마음에 갖고 있을 법한 대사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사람 같으면서도 사람 같지 않은 그런 이질감을 박수 나올 정도로 잘 표현해주셨다. 책상을 치는 모습은 본능적으로 표현해주신 건데 너무 좋아서 살렸다.

-성동일의 장도리신은 어떻게 탄생했나.

▶장도리는 집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도구 중에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나온 도구였다. 아버지로 변한 악마가 휘두르는 것이니까 초현실적인 힘이 나오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성동일 선배님과 스태프들이 많이 고생했다. 아무리 힘이 센 사람이라 해도 망치로 문이나 벽을 쳤을 때 뚫리지 않는다. 정말 힘이 센 무술 감독이 쳐도 튕겨나갔다. 악마이기 때문에 초인적인 힘으로 문이 움푹 패였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에서 공포감을 줄 수 있다 생각했다. 선배님께서 거침없이 연기해주셔서 감사했다.(웃음)

-중수의 스승인 발타자르가 등장하는 신에서는 필리핀에서 촬영했다. 그 이유는.

▶하우스 호러라고 한다면 상업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작은 규모의 영화로 볼 수 있어서 해외 촬영으로 규모감을 더 키우고 싶었다. 실제로 필리핀은 가톨릭 인구가 90% 이상인 국가이고 구마 활동도 실제로 많이 이뤄진 나라이기도 하다. 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필리핀 장면에서 풀어도 리얼리티가 있겠다 싶었다. 또 관객들이 중수에게 몰입하기 전에 발타자르라는 맥거핀을 통해 또 다른 기대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백윤식 선생님께서는 장치 캐릭터인 것을 알고도 흔쾌히 출연해주셨다. 감사드린다.

-거꾸로 라틴어를 하는 장면이 '변신'에서 공포를 극대화한 장면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책이나 만화책에 기도문을 거꾸로 한다고 많이 나와 있는데 영화상에서 보여주면 어떨까 했다. 실제로 바티칸에서 쓰는 구마 서적을 구해 기도 구절을 영화 내용에 맞게 바꿨다. 실제로 배우도 거꾸로 외우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소리나는 대로 무조건 외워야 했다.

-'변신'은 결국 '진짜 악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도 귀결되는 영화 같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범죄도 많다. 그럴 때 흔히 '악마 같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럴 때마다 인간이 죄를 회피하기 위해 악마가 있다고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심신미약을 주장한다거나 술 취했다고 하거나 무언가에 홀린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데, 그 행위를 한 이가 과연 누구인 것인지 영화가 그런 질문에 대한 것도 가져갔으면 했다.

-범죄, 스릴러 장르를 선보여온 김홍선 감독이 판타지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도전도 궁금해진다.

▶제작자 분들도 그렇고 투자자 분들 등 너무 좋은 분들과 일을 했다. 제가 좋아하는 얘기를 하고 싶었고, 이 얘기를 관객 분들도 재미있게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얘기를 하고 싶다. 멜로도 괜찮고 로맨스 장르도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장르를 조금씩 다 다르게 해왔기 때문에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초기에 '공모자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기술자들'을 선보였을 때 아쉬워 하셨지만 저의 또 다른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새로운 관객들도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 다른 장르를 선보였을 때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작품 하나하나가 감독들에겐 목숨과 똑같다. 지금 그 어느 작품보다 결과가 떨린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너무 궁금하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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