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치트리엔날레서 중단된 '표현의 부자유전, 그후' 담당자 오카모토 유카
"소녀상은 여성인권 상징 예술품"…쓰다 예술감독, 소녀상 작가에 첫 직접 사과
인터뷰 하는 오카모토 유카 실행위원 |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아이치트리엔날레라는 비엔날레 하나만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 사회 전체를 봐야 해요. 한국에서도 '블랙리스트' 문제가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그러한 (검열) 문제가 있고요."
22일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만난 일본인 전시기획자 오카모토 유카의 지적이다.
유카 큐레이터는 최근 한일 양국에서 논란이 된 '표현의 부자유전, 그후' 전시 실행위원 중 한 사람이다. 이달 초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에서 개막한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 그후' 전시가 중단됐다. 유카 큐레이터는 "역사적 폭거"라고 항의하는 등 다른 실행위원, 작가들과 함께 이 기획전 재개를 촉구하는 움직임의 중심에 서 있다.
문화연대 '위협받는 예술, 위기의 민주주의' 토론회 참석차 방한한 유카 큐레이터는 "전시에서 가장 공격받은 작품은 소녀상이지만, '천황'(일왕)을 다룬 작품도 많은 공격을 받았다. 그것이 일본 사회의 진짜 모습"이라고 말했다.
'표현의 부자유' 전시 팸플릿 품은 소녀상 |
유카 큐레이터는 "이러한 검열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연대"라면서 "연대가 없다면 일본 사회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익 세력은) 지금 '매일 전화하면 괜찮다(전시가 중단될 것이란 의미)'고 생각하면서 손뼉 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예술가뿐 아니라 시민, 심지어 (전시 중단을 결정한)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와도 연대해야 합니다."
그는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작화 감독이 소녀상을 깎아내린 데 대해 "소녀상이 어떻게 예술작품이 아니란 말이냐. 슬픔과 아픔이 깃들어 있는, 여성 인권을 상징하는 예술품"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회 참석한 트리엔날레 예술감독 |
이날 토론회에는 쓰다 다이스케 아이치트리엔날레 예술감독도 참석했다.
쓰다 감독은 토론회에 참석한 소녀상의 김운성·김서경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전시를 중단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처음으로 직접 사과했다.
이어 "미디어 보도를 보고 소녀상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전시를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소녀상을 사흘밖에 전시하지 못했지만, 많은 호의적인 반응이 있었다는 점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쓰다 감독은 전시 중단 결정에 윗선의 외압은 없었다면서 "전시에 대한 공격이 점점 가열되면서 오무라 지사가 전시를 중단하겠다고 말했고, 저도 이를 수락했다"고 해명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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