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아이치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 그후' 중단 주제로 토론회
양국 문화예술인 참석…"한국 검열과 놀랄 정도로 닮아" 지적도
'소녀상과 아베' |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은 우발적인 사태가 아닌, 일본 사회에서 극우적 우경화가 구조화하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후' 중단 문제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2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국내 시민단체 문화연대가 마련한 '위협받는 예술, 위기의 민주주의' 발제자들과 참여자들은 전시 중단 결정을 비판하면서 일본 사회 우경화부터 한일 양국의 예술 검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문학평론가인 이 교수는 2012년 일본 자민당이 발표한 '일본국헌법 개정초안' 속 시민 기본권 침해 위험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방향으로 개헌이 실행되지 않았음에도 일본 내 문화예술출판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소녀상을 비롯한 현실적 검열이 제대로 극복되지 않으면 (검열이) 보편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집권 세력과 그 풀뿌리 지지 세력이 정치적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억압하는 것이 당연시된다면 그 결과는 독재"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에 항의해 트리엔날레 내 자신의 전시장도 닫은 임민욱 작가는 "개막식 때 전시장을 찾았을 때 마치 계엄령이 내려진 가운데 미술품을 보여주며 감상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이상한 모습에 너무 충격받았다"고 전했다.
임 작가는 전시 중단 후 아이치트리엔날레 안팎에서 전개된 일을 언급하면서 "국제예술제가 아닌 지역미술제였다"고 비판했다.
토론회 참석한 평화의 소녀상 제작자 김운성 작가 |
참석자들은 한국에서도 종종 전시 중지 혹은 취소로 발현되는 예술 행정의 '검열'을 문제 삼았다. 여러 참석자가 2014년 광주비엔날레 '세월오월',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 '김기종의 칼질' 전시 논란을 언급했다.
홍태림 미술평론가는 "소녀상을 두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한 발언은 정부가 국고를 볼모로 예술 작품을 검열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라면서 "'세월오월'을 검열한 이들의 인식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도 "일본에서 벌어진 일은 놀랍게도 한국 검열 사태와 유사하다"라면서 "검열 기관이 없음에도 여론전 양상을 띤 반대 의견 등장, 그것에 응답하는 행정의 개입이라는, 정형화한 프로세스"라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그러면서 "사회적 갈등이 있을 때 폭력이나 협박이 아닌, 충분한 토론과 논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공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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