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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앵커브리핑] '달려라! 그들의 헬조선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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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자욱한 유독가스는 낮은 곳에서 시작돼서 점차 높은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일상대로 흘러가던 도시에서 벌어진 의문의 가스 테러

재난의 한 가운데에 놓인 두 청년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단순한 오락 영화인 줄 알았는데 메시지는 의외로 묵직했습니다.

그것을 알아본 관객들은 영화의 제목 뒤에 '헬조선 탈출기'라는 별칭을 붙여주었지요.

낡은 구도심에서 신시가지로 갈수록 아찔하게 올라가는 건물의 높이와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높은 곳을 향해 뛰어야 하는 영화의 줄거리는…

계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가질수록 안전한 생존이 가능한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으니까요.

안전수칙을 고스란히 다 지켜서 결국 사망했다는 청년에 대한 조사 결과는 물론이었고,

"김용균 씨는 작업 지시를 충실하게 지켰기 때문에 숨졌다."

- 권영국 특별조사위 간사

지금 이 시간에도 수십 장, 아니 수백 장의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지진. 쓰나미. 그런 것만이 재난이 아니라, 우리 상황이 재난 그 자체라고!"

- 영화 < 엑시트 > 중

재난이란 지진이나 쓰나미, 유독가스가 아니라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난과 사라진 계층 사다리 그리고 견고해진 빈부격차…

즉 현실 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었으니…

관객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또 한 사람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예상되었던 논란은 다시금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이후로 거의 대부분의 후보자가 겪는 곤혹스러운 상황이기도 하지요.

물론 지나친 신상털기와 가족청문회라는 비판이 나왔고,

후보자의 주장대로 이 모든 의혹에 절차적 불법이 있는가 여부는 역시 청문회를 거치면서 밝혀질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해명에 왜 잘 설득되지 않는 것일까…

주어진 출발의 그 시작점이 다른 이들보다 높았으며…

다른 이들에게는 어렵거나 불가능했을 기회가 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쉽게 주어졌다는 것…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야 나와 내 자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사회의 생존 공식을 새삼 다시 확인하게 되었으니…

"진짜 재난이 찾아왔다"

- 영화 < 엑시트 >

유독 가스를 피해 더 높은 곳으로 끊임없이 달려가던 두 청년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서로 간의 연대를 통해 결국 재난으로부터 탈출에 성공합니다.

현실 또한 영화와 같으면 좋으련만…

낮은 곳에 갇혀버린…

그러나 올라갈 사다리도 없고, 달려야 할 체력도 소진된, 그들이 찾고 있는 출구…

'엑시트'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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