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피해자 아픈 역사 바로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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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평화의 소녀상’ 곁에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이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기리는 동상을 세우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추진하고 나섰다.
근로정신대 피해를 알리기 위해 활동해 온 경기지역 청소년 연합동아리 ‘더블’은 21일 “근로정신대 피해자를 상징하는 동상을 건립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 모금을 오는 10월 시작할 예정”이라며 “600만원 상당을 모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 근로정신대 동상을 세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더블은 2013년께부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연대해온 경기지역 중·고등학생들의 연합동아리로, 학생들의 학부모들까지 모두 2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2013년 8월에는 팔찌 판매 수익금을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소송 비용에 보태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번 동상 세우기 프로젝트는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혼동되면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근로정신대 피해의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신경숙 더블 운영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많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분들이 가족들에게도 피해 사실을 숨기며 고통 속에 살아가셨다”며 “동상을 통해 (피해) 할머니들이 겪어온 아픔에 공감하고 역사를 바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평화의 소녀상 곁에 동상을 세우는 이유에 대해서는 “동시대 아픔을 함께했던 두 소녀가 만나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정신대는 일제강점기 일본 군수공장에 강제동원돼 노동착취를 당한 피해자들을 일컫는다. 13~15살 소녀들이 대부분인 피해자들은 “여학교에 보내준다”는 말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강재, 도쿄아사이토방적 등 3곳 군수공장에 끌려가 일을 하고도 임금 한 푼 받지 못하는 노예노동에 시달렸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중공업 288명(호남 138명, 충청 150명), 후지코시강재 1089명, 아사이토방적 300명 등 1677명에 달한다. 현재 고령으로 대부분 사망하고 파악된 생존자는 167명뿐이다. (▶관련 기사 : 소녀들 노예노동 무관심한 정부…근로정신대 지원법 제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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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은 소녀가 능동적인 자세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모습으로 형상화할 예정이다. 1944년 5월 미쓰비시중공업 공장에 근로정신대로 끌려가 비행기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중노동을 해야 했던 양금덕(88) 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양 할머니와 같은 조선의 소녀들이 근로정신대로 끌려가지 않았더라면, 공장에서 착취당하는 삶이 아니라 꿈과 희망이 담긴 종이비행기를 날릴 수 있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신 위원장은 “능동적인 이미지를 동상에 담고자 했다. 종이비행기에 꿈의 색을 칠해 날리는 밝은 소녀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며 “(동상의 이름은) 피해 할머니들 곁에서 힘이 되어주자는 뜻에 걸맞은 이름을 공모해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과 동상 설계 등이 완료되면, 설치 지역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일산동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정 규모 이상의 동상을 세우려면 구청 차원의 공작물 설치 허가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동상이 공원법상 점용 허가 대상이 되는지 우선 살펴본 뒤에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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