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와 나란히 앉은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오른쪽) [연합뉴스]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 피해자가 된 네덜란드계 호주인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가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96세.
호주 현지언론들은 오헤른 할머니가 19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애들레이드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1923년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태어난 고(故) 오헤른 할머니는 수녀회에서 생활하던 중 21살이던 1944년 일본군에 납치돼 스마랑시 '위안소'에서 성노예로 고초를 겪었다.
종전 후 영국군 장교와 결혼해 1960년 호주로 이주한 그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위안부 증언을 보고 용기를 내서 이듬해 호주 지역언론에 자신도 위안부 피해자임을 알렸다. 같은 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후보상 국제공청회에서도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밝힌 유럽인은 오헤른 할머니가 처음이었다.
그는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에 출석하고, 2007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고 김군자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일본군의 잔혹한 범죄를 고발하는 등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서방 사회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호주 멜버른·시드니 등에서 평화·인권 운동을 벌였던 오헤른 할머니는 2002년 호주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을 받았다. 그의 손녀인 루비 챌린저 감독은 지난해 할머니의 일본군 성노예 경험을 다룬 영화 '데일리 브레드'(Daily Bread)를 세상에 내놓았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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