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6세…일본군 성노예 피해 증언 최초 유럽인
‘위안부’ 문제 서방에 알리는 데 큰 역할
얀 루프 오헤른(가운데) 할머니. (사진=정의기억연대) |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 피해자가 된 네덜란드계 호주인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가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20일 정의기억연대는 오헤른 할머니가 지난 19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애들레이드에서 임종했다고 밝혔다. 향년 96세.
오헤른 할머니는 1923년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태어났다. 수녀가 되기 위해 수녀회에서 생활하던 21살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에 의해 납치됐다. 그는 1944년 스마랑시에 설치한 ‘위안소’에 납치·감금돼 성노예로 고초를 겪었다.
전쟁이 끝난 뒤 영국군 장교와 결혼해 1960년 호주로 이주해 살던 그는 그는 지난 1991년 8월 14일 최초 증언에 나선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기자회견을 보고 용기를 내 1992년 호주의 지역언론에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증언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증언한 유럽인은 오헤른 할머니가 처음이었다.
1992년 12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후보상 국제공청회에 참석하여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으며,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에 참석했다. 2007년에는 미하원 결의가 채택을 위해 열린 미국 청문회에서 증언을 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유럽과 호주, 미국사회에 알리는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한국의 장점돌,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연대하며 호주 멜번, 시드니 등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해 왔다.
정의기억연대 측은 “증인들이 한 분 두 분,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 떠나시는 님들에게도, 남아서 여전히 싸우고 계신 분들께도 너무나 죄송하다”며 “고인이 가신 그 곳은 전쟁도 없는, 성폭력도 없는 곳이길 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별세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만도 5명이다. 지난 1월 김복동 할머니에 이어 곽예남 할머니(3월), A 할머니(4월)등이 세상을 떠난 데 이어 지난 4일 서울에 거주하던 90대 B 할머니가 별세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총 20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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