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법인’ 만드는 법안 발의됐지만 여가위서 상정 안 돼
국회 예정처 “연구소 예산 실집행률도 21.8%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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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일본군 ‘위안부’ 연구소 설립 문제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선 “정부와 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자료 수집과 조사, 연구·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전담하는 연구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위안부’ 피해자법 개정안(남인순 의원 발의)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여성인권 평화재단’을 설립해 독자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춘숙 의원의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정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여야 간사의 협의가 안 돼 관련 법안이 (회의에) 올라오지도 못했다”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가운데 의사소통과 거동이 가능한 분이 10명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법안이 상정도 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당은 “정 의원의 개정안은 발의된 지 얼마 안 돼 법안소위로 회부되지도 않았다”며 “개정안이 소위로 넘어오면 심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위안부’ 연구소는 법제화가 미뤄진 가운데 파행을 겪어왔다. 지난해 8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1년짜리 위탁사업 형태로 연구소가 출범해 ‘졸속’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법인화를 위한 법 개정마저 더뎌 “정치권이 방관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소장을 맡았던 김창록 경북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범 3개월 만에 소장직을 사퇴했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1월 “공법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한 법 개정안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안부’ 연구소에 배정된 예산조차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6일 일본군 ‘위안부’ 연구소의 지난해 예산 9억3000만원 가운데 2억300만원만 쓰여 집행률이 21.8%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자료 조사와 수집, 아카이브 구축과 데이터베이스(DB)화에 1억1972만원이 집행된 것 외에는 다양한 홍보, 인식개선 위주로 사업이 추진됐다”고 짚었다. ‘중장기 정책 마련’이라는 애초 목적과 달리 쓰였다는 얘기다. 일부 예산(2673만원)은 지난해 ‘위안부’ 기림일 행사비로 쓰이기도 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제주 등 한반도 안에서 일어난 ‘위안부’ 피해에 대해선 아직 체계적인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며 “임시방편의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세계적인 인권운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독립적인 재단법인에서 장기적인 조사·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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