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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위안부 지킴이' 일본계 미국인…그가 미운 日보수잡지의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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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매체 "중국계 지원, 위안부 활동" 폄하

"낙선 후 한국서도 존재감 잃어" 비아냥

진정성 끌어내리기 위해 비방 서슴지 않아

혼다, 현역 떠났어도 위안부 할머니들 찾아

중앙일보

이용수 위안부 할머니와 포즈를 취한 마이크 혼다 전 미 하원의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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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출몰한 마이크 혼다, 아베 총리에 위안부 문제 사과하라고 발언'

19일 일본의 보수성향 주간지 '슈칸신초' 온라인판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마이크 혼다는 2007년 미 하원에서 '일본군 강제종군 위안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일본계 미국인 정치인으로, 2001년부터 16년간 미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소신파 정치인으로, 한국에선 '위안부 지킴이'로 통한다.

그런 그에게 일본 잡지가 '출몰'이란 표현을 쓴 것은, 그에 대한 일본 우익의 감정이 얼마나 험악한 지 여실히 보여준다. 일본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한국 편에 서 '일본의 국익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그는 일본 우익들에겐 배신자에 다름 아니다.

잡지는 1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한 혼다 전 의원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 문제에 대해 "친한·반일의 문제가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거다. 아베 총리는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를 일본에겐 '요주의 인물'이라고 칭한 뒤, 재미 특파원을 인용해 그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슈칸신초는 "혼다 전 의원이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시절부터 본부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세계적 규모의 중국계 반일조직 '항일연합회' 등으로부터 헌금(정치자금)을 받았다"며 "항일 연합회는 그를 이용해 종군 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잡지에 따르면, 항일연합회는 중국 정부나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때문에 혼다 전 의원은 미 하원의원 시절에 종군 위안부 결의안을 2007년 이전에도 세 차례나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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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이 17년 10월 충북 보은군 뱃들공원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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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는 혼다 전 의원이 2016년 하원 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것도 항일연합회와 관련있다고 전했다. 혼다 전 의원의 든든한 배경이었던 항일연합회가 그에게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도록 요구했는데, 혼다 전 의원이 거절하자 인도계 변호사 출신의 후보를 지원해 그를 낙선시켰다는 것이다.

잡지는 또 혼다 전 의원과 함께 활동했던 중국계 미국인 러셀 로우 씨가 중국 스파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가 20년간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다가 FBI로부터 중국 스파이로 지목받아 2013년 해고됐다는 미국 보수매체의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 러셀 로우 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위안부 진상규명 활동을 벌이는 '사회정의교육재단'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보도를 인용해 혼다 전 의원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위안부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잡지는 또 "혼다 씨는 미 하원의원 시절에는 양심적인 일본계 인사로서 인지도가 높았지만 선거에 낙선해 현역에서 물러나면서부터는 한국에서도 존재감을 잃었다. 한국에선 완전히 '과거의 사람'이다. 이번에 서울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별로 반향이 없다"(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주재 객원논설위원)는 비아냥 섞인 평가도 했다.

한편 혼다 전 의원은 광복절인 15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한 뒤, "2007년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과 관련해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한 김군자(2017년 타계) 할머니 등 많은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안타깝다. 전세계에 평화의 소녀상이 많이 세워져 일본을 압박, 사죄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2007년 위안부 결의안 통과 후 당시 아베 총리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위안부가 겪은 어려움에 동정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자, 혼다 전 의원은 "일본이 왜 미국 대통령에게 사과하느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은 꽃다운 나이에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이란 뜻이었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도 꾸준히 위안부 진상규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내가 위안부 문제에 앞장선 것은 진정으로 일본을 위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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