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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불만 있어도 대화로" 대통령 경축사 다음날 北 발사체 2발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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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장소 강원도 통천, 9ㆍ19군사합의 위반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해 손을 내민 지 하루 만인 16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이날 군 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비난을 내놨던 북한은 휴전선과 불과 약 50㎞ 떨어진 곳을 발사 지점으로 삼아 도발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북한이 이날 발사체를 쏜 통천 지역은 지난해 남북이 내놨던 9·19 군사합의에서 포사격 금지가 명시된 지역이라, 북한의 9·19군사합의 위반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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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원 통천서 발사체 2발 또 발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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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오전 8시 1분경, 오전 8시16분경 북한이 강원도 통천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며 “이들 발사체의 고도는 약 30㎞, 비행거리는 약 230㎞, 최대속도는 마하 6.1 이상으로 탐지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발사체 시위는 올해 들어 8번째이고, 지난 7월 25일 이후 약 3주간 6번째에 해당한다.

이번 발사체는 지난 10일 함경남도 함흥에서 발사된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당시 발사에서도 최대속도가 마하 6.1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같은 종류를 시험했을 수 있다”며 “실전 배치 전 고도와 사거리 등을 다양히 해 시험을 해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북한은 ‘신형 전술 지대지 미사일’이라는 이름으로 새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 이때 다연장 로켓발사포 체계(MLRS)와 고체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전술 지대지미사일 모양이 한·미의 에이태큼스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당 무기 체계는 신속 재장전이 가능하고, 탄두 탑재 중량이 크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밖에 사거리와 고도로 보면 지난달 31일과 지난 2일에 발사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쏜 발사체는 30여㎞ 저고도로 250여㎞를 비행했으며, 지난 2일 발사한 발사체는 고도 약 25㎞에서 220여㎞를 비행했다. 북한은 이를 탄도미사일이 아닌,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주장하지만 군 당국은 이들 발사체가 방사포 속도보다 빠른 마하 6.9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탄도미사일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6일 만에 발사체를 쏘아올리면서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다음날을 고른 점이 의도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지난 7차례 무력 시위에 비춰보면 한국 정부의 유화 제스처 후 이처럼 신속하게 도발에 나선 건 확실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평화경제를 제안하면서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 '원코리아'를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북한은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 문 대통령을 문 대통령을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이라며 저속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발사체까지 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번 발사체의 택일은 대남 메시지의 강도를 의도적으로 극대화시킨 것”이라며 “한미 연합연습과 한국의 전력증강 사업에 반대를 분명히 하고, 남북 관계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메시지까지 던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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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월 이후 발사한 미사일 비행거리 적용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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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북한의 이번 발사는 한미연합연습이 진행 중인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를 사정권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미 훈련을 위협하기 위한 의도라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통천에서 거리를 따져보면 서울까지 약 170㎞, 주한미공군 오산기지까지 약 220㎞,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까지 약 230㎞다. 통천에서 발사한 이번 미사일 사거리는 이를 모두 포함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굳이 통천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건 한국의 주요 군 시설 중 주한미군 기지가 들어오는 사거리 지점을 골랐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한미연합연습이 이곳에서 실시되고 있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이날 담화에서 “전쟁 시나리오를 실전에 옮기기 위한 합동군사연습이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고, 반격훈련이라는 것까지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 버젓이 북남사이의 대화를 운운하는 사람의 사고가 과연 건전한가 하는 것이 의문스럽다”고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조평통 담화대로 후반기 한미연합훈련의 2부 반격 연습은 17일부터 나흘간 실시된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올린 통천 지역을 놓고서도 논란이 나온다. 2014년 2월 27일 북한이 스커드-C(최대 사거리 500㎞) 계열 미사일인 화성 6호를 발사하기도 한 이 곳은 지난해 9·19 군사합의에 포사격 금지가 명시된 지역이다. 하지만 군 당국자는 “군사합의에 통천으로 금지 지역을 표시한 건 해상지역에서의 포사격 등 해상 군사 훈련을 하지 말자는 의미”라며 “이에 따라 이번 발사는 엄밀히 말해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9·19군사합의서 1조 2항에는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해당 문구는 해상에서의 도발에 대해 완충구역을 정하자는 취지이므로 미사일 발사와는 거리가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를 놓고 군사합의를 지나치게 엄격히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예비역 장성은 “군사합의에 이 같은 문구가 명시된 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하지 말자는 데서 비롯됐다”며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군사합의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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