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소재 시민단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워싱턴 희망나비 소속 한인들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일본대사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32개월 전 미국에 왔지만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뒤쪽에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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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으로 약 3년 전 날아왔으나 건립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15일(현지시간) 광복절을 맞아 워싱턴의 주미 일본대사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워싱턴 정대협)와 워싱턴 희망나비 등은 이날 주미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일본을 향해 위안부를 비롯한 전쟁범죄 인정 및 사과 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2016년 11월 미국으로 와 12월 워싱턴 내셔널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첫 선을 보였지만 이후 줄곧 보관용 창고에 머물러온 소녀상도 차량에 실려 함께 했다.
소녀상은 당초 2017년 10월 메릴랜드주 솔즈베리대학교 안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막식을 한 달 앞두고 학교 측이 무기한 연기를 통보하면서 건립이 무산됐다. 이후 다른 장소에 건립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워싱턴 정대위는 일본 측이 워낙 집요한 방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내엔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도서관 공원, 미시간주 사우드필드 한인문화회관, 조지아주 브룩헤이븐 블랙번 메인공원, 뉴욕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등 4곳에 세워져 있다.
태극기와 손팻말 등을 든 참석자들은 소녀상 앞쪽에 서서 일본대사관을 향해 ‘할머니께 사과를’, ‘할머니께 정의를’, ‘전쟁범죄 인정하라’ 등의 구호를 영어와 한국어로 외쳤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15일 광복 74주년을 맞았다면서 “우리는 진정 해방됐는가?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들에게 자행된 끔찍한 전쟁범지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됐는가?”라고 묻고 “아니다. 일본이 여전히 한국을 그들의 식민지 취급을 하고, 전쟁범죄들을 인정하지 않는 한 해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말했다. 이어 위안부를 비롯한 전쟁범죄 조사와 인정,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공식적인 배상, 전쟁범죄 교육, 추모 및 기념물 건립 등을 요구했다. 일본대사관에서 2∼3명이 밖으로 나와서 보기는 했지만 제지하거나 별다른 반응을 하지는 않았다.
이정실 워싱턴 정대협 위원장은 “그동안 창고에 있던 소녀상을 광복절을 맞아 대중과 만나는 시간을 마련했다”면서 “아직 세우지는 못했지만 빠른 건립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992년 위안부 할머니가 오셔서 증언을 하면서 워싱턴 정대위 활동이 시작됐다”면서 “워싱턴은 세계 정치의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위안부 운동이 맨 처음 시작된 의미 있는 장소여서 소녀상이 꼭 세워져야 한다”고 밝혔다.
소녀상은 대한제국공사관을 거쳐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애난데일의 한 교회로 이동해 참석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지금까지 머물러온 창고의 임대기간이 끝나 다른 창고로 옮겨진다. 워싱턴 정대협 측은 올해 안에 워싱턴에 소녀상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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