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작품 집중 매입 구매자… “내년 개관 자유미술관에 전시”
작가 11명 “내 작품도 日전시 철회”
이달 초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출품됐다가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의 철거 요구로 3일 만에 전시가 중단된 ‘평화의 소녀상’(사진)을 스페인의 유명 언론인이 매입했다. 포르투갈 일간지 푸블리쿠는 10일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언론인이자 사업가인 주제프 마리아 베네트 씨(62)가 김서경, 김운성 작가의 조각 작품 ‘평화의 소녀상’을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푸블리쿠는 “145cm 높이의 이 청동상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성노예로 희생된 14세 한국인 여성 위안부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됐다. 최근 일본 공권력의 개입으로 예술제 전시가 중단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베네트 씨는 스페인 통신사 EFE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전시 중단 사태는 단일 예술 작품에 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일 뿐 아니라 ‘표현의 부자유’를 주제로 내세워 검열에 저항하는 취지로 열린 전시의 가치를 훼손한 행위였다”며 “소식을 접하자마자 한국 작가들과 접촉해 작품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베네트 씨는 정치적, 윤리적, 도덕적, 성(姓)적인 논란을 일으켜 규제를 받거나 전시가 중단된 작품을 세계 각지에서 매입해 왔다. 그는 “이번에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는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가 장난감 레고 블록을 이용해 만든 최근작도 구입했다”며 “그동안 모은 작품 60여 점을 내년 개관하는 바르셀로나 ‘자유미술관’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조치에 반발한 참여 작가들의 전시 철회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NHK는 “한국의 박찬경 임민욱 작가, 유럽과 중남미 작가 9명이 소녀상 전시 중단에 항의하며 ‘내 작품도 전시에서 빼라’는 의사를 트리엔날레 사무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비영리 보도기관도 10일 트리엔날레에 출품한 애니메이션 작품의 전시를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까지 전시 철회를 요청한 작가는 전체 참여 작가 90여 개 팀 중 11개 팀에 이른다.
아이치현 관계자는 “이번 트리엔날레와 관련해 사무국에 보내온 협박 e메일 770여 통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메일에는 ‘전시장과 현청에 독성 사린가스와 가솔린을 살포하겠다’, ‘전시 담당 직원을 살해하겠다’ 등의 협박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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