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군이 서명한 대형 태극기를 배경으로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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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수차례 통일을 강조한 것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북측을 달래려는 유화 제스처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현실 가능성이 낮은 남북 협력 사업을 띄우기보다는 통일이라는 대원칙을 재확인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통일’만 일곱 차례 언급했다. 광복 100주년인 2045년 이전에 통일을 달성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다. 앞서 6월 스웨덴 의회 연설과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통일이라는 표현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날 경축사에 북한에 제안하는 새로운 협력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철도연결을 토대로 한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올해 3ㆍ1절 기념사에서 남북경제공동위원회 등을 전제한 ‘신한반도 체제’를 제안했던 것과 비교된다.
문 대통령이 통일을 광복 100주년 비전으로 제시한 것은 남북미 정상의 6ㆍ30 판문점 회동 이후 이어지고 있는 남북대화 교착 상황을 감안한 듯하다. 그간 남북이 추진하고자 했던 철도ㆍ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은 북미 비핵화 및 평화협상이 멈춰서면서 단기간 내 실현이 어려워진 상태다. 특히 북측이 이달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연일 ‘남한 때리기’를 지속하고 있는 터라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경협 제안은 무의미하단 점을 문 대통령도 고려했을 법하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회의와 비판론에 대해 “여전히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이 국내외에 적지 않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 등으로 비판한 것도 다분히 북한을 고려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당장 남북이 무엇을 하자고 제안하기보다는 북한에 ‘전략적 도발 대신 다시 대화하자’ ‘넓은 안목으로 함께 평화통일로 가자’고 말한 게 이번 경축사”라며 “평화통일이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통해 비핵화ㆍ평화구축 협상의 정당성을 다시 세우면서도 북한의 반발이 적은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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