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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전세계 37곳서 '위드유' … “日, 사죄·배상하라” [1400번째 수요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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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전시 성폭력 생존자들 영상메시지 / “할머니 용기에 감사… 끝까지 연대할 것” / 35도 폭염에도 학생·시민 등 2만명 참석 / 91세 길원옥 할머니 “싸워 이기는게 승리” / 전국서 올라온 중·고등학생들 자유발언 / 정치계 인사들도 ‘아베 도발’ 강력 규탄 / 수요시위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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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EPA연합뉴스


“할머니들은 전 세계 모든 생존자에게 놀라운 롤모델이에요. 할머니를 만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고 살아남은 친구들의 권리를 위해 운동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단 걸 배웠습니다. 할머니, 저희에게 힘이 돼 주셔서 감사합니다.”(콩고민주공화국 생존자 타티아나)

“일본이 할머니의 아픔을 부인하더라도 할머니들은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면서 저와 다른 피해자를 위해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었습니다.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모두 들을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시고 힘내주세요.”(이라크 북부 야지디족 생존자 다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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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세계 각국 전시 성폭력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 울려 퍼졌다. ‘제1400차 정기 수요시위’와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기념 세계연대집회에서 이 같은 영상 메시지가 공개됐다. 해외 전시 성폭력 생존자들은 위안부 할머니의 용기에 고마워하며 일본 정부의 인정과 진심 어린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27년 전 대한민국 서울에서 시작된 위안부 할머니들의 작은 외침이 긴 세월 만들어낸 거대한 움직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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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마닐라=AP연합뉴스


◆세계가 함께하다

우리 위안부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일본군으로부터 위안부 피해를 본 필리핀의 페덴시아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직 살아있는 피해자들이라도 정의가 실현되는 걸 봐야 한다. 끝까지 싸우자”는 뜻을 전했다. 대만 여성인권단체인 여성구제재단도 “대만엔 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단 두 분 살아계시지만 정의실현을 위한 우리의 투쟁은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이행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짐바브웨 전시 성폭력 생존자인 밀드레드는 “우리는 무기가 아닌 정의와 책임감으로 투쟁한다”고 했고, 콜롬비아 생존자인 안젤라도 “우리의 증언이 성폭력에 맞서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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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내 13개 도시와 함께 일본, 대만, 미국, 캐나다 등 세계 12개국 37개 도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1400회 수요시위와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기념 세계연대집회에 힘을 보탰다. 해외 단체들은 지난주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토론회, 집회, 전시 등을 진행 중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가해국인 일본에서도 ‘잊을 수 없다! 피해 여성에게 용기를’ 주제로 일본 시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가 열렸다.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히비야(日比谷)도서문화관에서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 전시성폭력문제연락협의회 공동주최로 열린 행사에서는 양징자 전국행동 공동대표의 위안부 문제 경위 보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앙케트 조사 결과 발표 등이 진행됐다.

◆폭염 아래 시민들 “할머니, 사랑합니다”

이날 서울 한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이어진 가운데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시민 등 2만명(주최 측 추산)이 수요시위가 진행된 2시간 가까이 평화로 거리를 가득 메웠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1) 할머니는 주위의 부축을 받으면서 일어나 “여러분 감사합니다. 끝까지 싸워서 이기는 게 승리하는 겁니다”라고 인사했고 학생, 시민들은 일제히 “할머니, 사랑합니다”라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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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올라온 중·고등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고 싶단 뜻을 전하기도 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김해 수남중 3학년 김태린양은 “일본 정부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을 담아 사과할 때까지, 할머니의 마음이 메아리가 돼 전 세계 평화가 찾아오는 날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안여고 3학년 송유경양은 “일본군 위안부는 부끄러운 우리 역사라고 말하는 어른을 본 적 있다. 그 말은 잘못됐다. 피해자에게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고도 사과하지 않는 일본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수요시위에 참여한 정치계 인사들은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언급하며 아베 신조 총리를 규탄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아베 총리의 도발은 일본과 대한민국 국민의 영혼을 배신했다. 결코 아베의 도발을 좌시할 수도, 좌시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도 “최근 상황 극복해서 받아야 될 사과는 반드시 받아내는 사회를 만들어서 우리 모두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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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 고교생들이 위안부 피해자를 주제로 만든 영상 중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하는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故 김학순 할머니, 진상 알린 후 시작… 27년 지속

14일로 1400회를 맞이한 수요시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걸어온 ‘연대의 역사’다. 매주 이어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일본 정부는 외면했지만, 이들이 전한 울림만큼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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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는 고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린 후, 미야자와 기이치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30여명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1시간여 동안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할 때까지 매주 수요일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고, 이는 27년이 흐른 오늘까지 이어졌다. 이후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점차 확산됐다. 같은 해 12월 23일 열린 50회 수요시위에서는 25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일제의 만행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범시민대회가 개최됐고, 이후 정대협 회원단체들만 주관하던 수요시위가 여러 단체로까지 번져나갔다. 지난 7일 열린 1399회 수요시위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0여명의 시민이 자리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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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자 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나선 참가자들이 ‘피해자의 미투에 세계가 다시 함께 외치는 위드유! 가해국 일본정부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주제로 집회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한편 수요시위는 남북 간 연대의 장으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000년 8월 9일 진행된 422회 수요시위에서는 같은 해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여성국제전범법정’에 남북이 공동으로 기소장을 작성하기로 결의했음을 알려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남북이 하나가 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날 열린 1400회 수요시위에서는 북한의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가 전달한 연대사가 공개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2004년 3월 17일 열린 600회 수요시위는 일본과 미국 등 8개국 15개 도시에서 함께 열렸고, 이후 700회, 878회, 930회 수요시위 등 다수 집회가 세계 각국의 연대집회 형태로 이어졌다.

김승환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이강진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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