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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설왕설래] 해적 퇴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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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영국 출신 해적 헨리 에이버리는 한몫을 크게 잡고 살아남은 ‘해적 세계의 풍운아’다. 그는 1695년 대포 46문이 달린 해적선을 이끌고 무굴제국 황제 아우랑제브의 보물선을 습격해 1억5000만달러어치를 털었다. 해적사에서 단일 사건으론 최대 규모의 약탈이다. 거부가 된 에이버리는 1696년 2년간의 해적생활을 청산한 뒤 자취를 감추었다. 해적 두목들이 보통 사살되거나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한 것과 대비된다. 수많은 이들이 그를 롤모델로 삼아 ‘모험의 길’을 선택했다니 쓴웃음이 나온다.

바르톨로뮤 로버츠는 역대 최강의 해적이다. 자신의 ‘로열 포천’호를 귀신처럼 몰아 서아프리카·아메리카 해안을 휩쓸며 3년 동안 470척의 배를 약탈했다. 엄격한 규율을 정하고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해 신망을 얻었다고 한다. 1722년 영국 해군과 교전 중 포탄에 맞아 41세의 나이로 숨졌다. 영화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는 그를 소재로 만들었다.

앵거스 컨스텀은 저서 ‘해적의 역사’에서 “해적들의 삶은 배신과 난파, 절망, 질병, 만행의 반복이었다”고 썼다. 낭만과 거리가 먼 생활이었다는 것이다. 해적들은 대부분 비열하고 잔인했으며 럼주를 즐겨 마신 탓에 상당수가 알코올 중독으로 일찍 죽었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싱가포르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한국 화물선 ‘씨케이블루벨호’ 해적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해경이 해적 1명의 몽타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해적의 얼굴을 본 선원의 진술이 큰 도움이 됐다. 총기와 흉기로 무장한 7명의 해적은 현금 1만3300달러 등을 빼앗아 달아났었다.

해적을 체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공격의 타깃이 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러시아는 자국 선박이 공격받으면 군함을 동원해 해적선을 격침하고 해적들을 보트에 태워 망망대해에 풀어놓는다. 해적들의 생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니 해적들은 러시아 국기를 단 선박만 봐도 진저리를 친다. 잊을 만하면 해적에게 강도질을 당하고 인질로 잡혀 있다 몸값을 주고 풀려나는 우리나라와 딴판이다. 러시아식 해법이 해적 대응의 ‘모범답안’은 아니지만 시사점은 작지 않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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