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있는 증거입니다”란 문장으로 글을 시작한 문 대통령은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해 다른 나라의 피해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셨던 수많은 할머니들과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겠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할머니들의 희망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슬픔이 희망으로 승화되길 바란다”고 썼다.
그간 민간에서만 기려오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지난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충남 천안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강도 높은 메시지를 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2000자 분량의 기념사에서 “할머니들을 문제 해결의 주체로 존중하겠다. 양국 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 아니다. 우리 자신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가 전체 여성들의 성폭력과 인권문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성과 교훈으로 삼을 때 비로소 해결될 문제”라며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확인하고, 일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난해 8월 14일 오후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 안 모란묘역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첫 정부 기념식에서 김경애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의 볼을 만지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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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하면 이날 두 번째 기림의 날을 맞아 문 대통령이 낸 메시지는 확연하게 강도를 낮춘 것으로, 한ㆍ일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2일 일본의 화이트 국가(안보 우호국) 배제 때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던 문 대통령은 8ㆍ15가 가까워지자 되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12일)며 진화하고 나섰다. 나라 안팎의 이목이 쏠린 광복절 기념사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과거나 갈등이 한창인 현재 대신 미래를 강조할 것이라고 한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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