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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겹겹이 우유상자 안에서 꿈틀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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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낙찰→반품→떨이 ‘반려견 수난사’ …

<애니멀피플> 개농장·경매장·펫숍 잠입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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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비릿한 개 냄새로 기억될 것 같다. 지난 5월 사전 취재와 자료 조사를 시작했고, 동물판매업 허가증을 받아 본격적인 취재에 나섰다. 6월17일부터 7월14일까지 <애니멀피플>은 강아지 번식장 4곳, 반려동물 경매장 6곳, 펫숍 2곳을 취재했다.

2017년 기준 전국 가정에서 기르는 개 660만 마리, 2018년 기준 버려지거나 길을 잃은 개 12만 마리. 우리는 이 많은 개가 어디서 와서 어떤 경로로 우리 곁에 왔는지 궁금했다. 우리가 ‘사고파는’ 개가 어디서 ‘생산’되고 어떻게 ‘유통’되는지 그 경로를 살피면, 수많은 개가 버려지는 일이 어디서 비롯하는지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동물판매업 허가를 얻어 거대한 한국 반려동물 산업 세계에 잠입한 우리는 지난 한 달간 태어나서 가장 많은 개를 보고, 가장 어린 개들을 봤고, 가장 오래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동시에 생명이 물건처럼 거래되는 현실을 조금씩 바꿀 대안의 목소리도 들었다. 이 기사는 그 과정을 기록한 <애니멀피플>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개농장 경매장 잠입 프로젝트’ 시리즈를 재구성한 것이다.

반려견 농장, 전국에 최대 4천 곳 추정



20번 농장 1번 치와와. 아직 귀도 바짝 서지 않은 500g 남짓의 작은 강아지는 두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았다.

7월2일 경기도 남양주 ○○경매장을 취재하던 우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강아지 한 마리를 우연히 낙찰받았다. 경매에 아예 참여하지 않으면 잠입 취재 중인 것이 드러날까봐 구매자 번호가 매겨진 경매 버튼을 종종 누르던 터였다.

경매사가 검정털의 치와와를 치켜들고 “30만원”이라고 가격을 외쳤다. 의자에 붙은 경매 버튼을 무심코 눌렀다. 우리를 제외하고 아무도 그 강아지를 선택하지 않았다. 검정 치와와 한 마리가 종이상자에 담긴 채 우리에게 왔다.

강아지는 우리 옆에 놓이자마자 낑낑대기 시작했다. 물건처럼 건네진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 줄 알고 심장이 뛰는, 살아 있는 개라는 것이 새삼 낯설었다. 강아지 배 왼쪽에는 이날 농장에서 부여받은 번호인 20, 오른쪽에는 개체 번호인 1이 쓰여 있었다. 강아지에게 불린 사료를 줬다. 강아지는 허겁지겁 먹었다.

굶주린 강아지는 어디서 왔을까. 전국에 반려견 농장 수천 곳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7월23일 발표한 ‘2018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생산업 등록업체는 총 1186곳이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일 뿐, 실제 생산업체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생산자협회 추정 2천~3천 곳, 동물권단체 카라 추정 3천~4천 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는 이 가운데 경기도 여주·김포·고양 일대의 허가받은 농장 3곳, 무허가 농장 1곳을 취재했다. 6월17일과 7월1일, 두 차례 방문한 경기도 여주 ○○농장은 생산업과 판매업 모두 허가받은 농장이었다. 간판에는 ‘애완견 직매장’ ‘애완동물 교배분양’ 등 노골적인 글귀가 쓰여 있었다.

농장에 들어서자 바깥쪽 철장에 갇힌 개들이 일제히 일어나 짖었다. 지린내와 비린내가 뒤섞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ㄱ씨가 우리를 맞았다. 그는 농장에 고용된 직원이었다. ㄱ씨는 “서울에서 크게 애견숍을 하다가 가게에 불이 나서 접고, 농장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때 남양주 ××경매장에서 미용사로 일했을 정도로 개를 잘 안다”고도 내세웠다. 일평생 개를 통해 생계를 꾸려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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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철장… 엉겨붙은 개털과 오물



○○농장 개들은 약 50평 규모의 조립식 건물 안 철장에 갇혀 있었다. 이곳은 우리가 찾은 번식장 중 가장 적극적으로 견사를 공개했으나 가장 상태가 열악했다.

“우리가 얼마나 깨끗이 (관리)하는지 얘기할 것도 없다”고 강조한 ㄱ씨 말과 달리, 번식장 내부는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악취를 풍겼다. 견사 내부는 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철장엔 찌든 때처럼 엉겨붙은 개털과 오물이 선명했다. ㄱ씨는 “농장 바닥이 깨끗하다” “장을 2층으로 쌓지 않았다”고 특히 힘줘 말했다. ㄱ씨가 강조한 대로 바닥에 오물은 없었다. 개들은 1m 이상 높이의 뜬장에 있었고, 뜬장 아래 설치된 기다란 철제 받침이 똥오줌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생산업장의 사육 설비는 △사육 동물 몸길이의 2~2.5배 이상이어야 하며 △직사광선, 비바람,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어아 하며 △개의 경우 운동 공간을 설치하고 동물 특성에 맞는 생태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농장은 기준의 최소한만 갖추었거나 못 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새끼 낳는 ‘기능’만 중시하는 번식장에서 개들의 삶은 열악하다. 2016년 윤리적 케널(우리)을 찾기 위해 전국 번식장 200여 곳을 찾은 프로젝트팀 ‘굿보이토토’의 일원이었던 권혁호 수의사는 “(열악한 농장의 경우) 설사는 기본이고 피부병은 무조건 달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 많은 개체가 살다보니 호흡기 질병 등 전염성 질환도 퍼지기 쉽다. 뜬장에 사는 개들은 철망을 딛고 서면서 발가락 사이에 염증도 자주 생긴다.

그러나 모든 농장의 상태가 ○○농장 같지만은 않았다. 7월5일 찾은 김포 △△농장은 우리가 찾은 개농장 4곳 중 유일하게 철장에 갇히지 않은 개들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농장주는 바닥에 울타리를 치고 개를 기른다고 소개했다. 농장주 집 테라스 울타리 안에 종·모견 예닐곱 마리가 나와 있었다. △△농장 개들은 폴짝폴짝 뛰며 우리를 향해 짖었다. 적어도, 맥없이 우리를 바라보던 ○○농장의 개보다 활력이 있어 보였다. 주변 다른 농장들도 △△농장과 비슷한 환경이냐고 묻자, 그는 대다수가 열악하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닥에 하면 장을 많이 못 짜잖아요. 남의 땅에다 이걸 지었으면 본전을 뽑아야 하잖아요. 근데 요새는 그렇게 안 하는 집도 많이 있어요. 이제 공무원들이 (시설 점검 나오면) 바닥으로 하라고 많이 권해요.”

매주 5천 마리 ‘출하’ 80% ‘낙찰’ 거래



조금씩 사정이 다른 번식장 환경에서 개들은 연간 46만 마리 수준으로 생산된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 2017). 이렇게 생산된 개들이 쏟아져 들어가는 경매장은 한국에서 품종견을 유통시키는 핵심 현장이다. 우리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경매장에 출입하기 위해 경기도의 한 상가를 한 달간 임대해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고, 펫숍 사업자등록증을 취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국내 강아지 경매장은 18곳이다. 전국적으로 출하되는 수를 모으면 매주 약 5천 마리에 이른다(앞의 보고서). 농촌경제연구원은 “이 가운데 약 80%가 낙찰받아 거래되며,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개의 경우 1년에 약 20만 마리가 경매장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매장은 일주일에 2번, 주로 오후 1~2시께 열렸다. 장이 서는 날이면, 경매장은 오전부터 문을 열고 농장에서 온 강아지들을 받았다. 50~60평 경매장에 접이식 의자 따위를 펼쳐놓고 100여 명의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여 앉았다.

강아지들은 싸구려 플라스틱 상자나 초록색 우유상자에 담겨 준비실에서 대기한다. 기다리는 동안 병이 없는지 수의사에게 검진받고, 더 좋은 가격에 팔리기 위해 단장하기도 한다. 경매장에 3천~4천원을 내면 개 목욕을 받을 수 있다.

우유상자의 새로운 쓰임새를 우리는 경매장에 가서야 알았다. 6월20일 오후 찾아간 경기도 광주 △△경매장에는 우유상자 90여 개가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들여다보니, 상자마다 같은 농장 출신 강아지가 서너 마리씩 들어 있었다. 덩치 작은 강아지 여럿을 담기에 적합하고, 겹쳐 쌓아올려도 옆으로 숨 쉴 구멍이 뚫려 있어서 “(경매장에서 쓰기에) 유용하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스포트라이트가 강아지를 비추면, 경매가 시작된다. 경매는 2~3시간씩 이어졌다. 그 시간 동안 경매사들은 쉬지 않고 강아지를 치켜들어야 했다. 1㎏도 안 되는 강아지였지만, 수백 마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은 고역일 것이다. 그래서 어느 경매장에서는 컨베이어벨트가 등장했다. 김포 ○○경매장 강아지들은 농장 이름이 쓰인 투명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채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경매 순서대로 등장했다. 강아지인지 물건인지 알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에 대해 ○○경매장은 <애니멀피플> 보도가 나간 뒤 “기존 바구니 경매가 옮기는 과정에서 개들에게 충격을 주기 때문에, 안전하게 하기 위해 바꾼 것. 동물학대를 하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고 반론을 전해왔다.)

경매가 기준은 외모



6월20일, 경기도 광주 ◇◇경매장에서 푸들 네 마리가 경매사 앞 단상에 놓였다. 경매사가 불빛 아래 강아지를 들어 보이며 짧은 브리핑을 시작했다. 마리당 브리핑 시간은 15~20초면 충분했다. “크림 푸들입니다. 암컷입니다. ◎◎농장이에요. 30만(원)!”

접이식 의자에 앉은 구매자 50여 명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경매사는 금세 포기했다. “유찰.” 크림 푸들은 순식간에 다시 우유상자로 보내졌다. 경매사는 다른 강아지를 집어올렸다. “사이즈 좋고 괜찮은 암컷입니다. 크림 푸들 암컷 30만 없나요?” 이번에는 경매사가 좀더 밀어붙였다. “팔아볼까요? 20만입니다, 20만!” 그래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경매사는 또 다른 강아지를 들고 좀더 낮은 가격을 불렀다. “이번엔 10만부터 갑니다. 10만 없습니까?” 여전히 반응이 없자 가격이 확 꺾였다. “1만, 네 38번.” ‘38번 구매자’가 10만원에서 시작한 강아지를 1만원에 낚아챘다.

경매사는 농장이 원하는 가격에서 출발해 1만원 단위로 높여가며 가격을 불렀다. 10만, 11만, 12만… 끝없는 읊조림은 이 세계를 굴리는 주문 같았다.

가격의 최우선 기준은 외모였다. 견종마다 공식 같은 외모 기준이 있었다. 가령 치와와는 머리가 짱구처럼 톡 튀어나오고 둥글어야 한다거나, 비숑프리제는 주둥이가 짧아야 하는 등이었다. 아이라인이 있는지, 털이 풍성한지, 치아 아래위가 잘 맞는지, 코 색깔은 어떤지 등도 가격을 가르는 기준이었다. 건강 상태는 그다음이었다.

남양주 ××경매장에서 경매사는 비숑프리제를 손에 들고 이렇게 소개했다. “A급 비숑이에요. 완전 때렸어. 주둥이가 딱 붙었습니다.” 주둥이가 짧아 ‘비숑다운’ 외모를 갖춘데다 털량, 크기 등 골고루 적합한 외모였던 그 강아지의 호가는 80만원에서 시작했다.

강아지가 낙찰되면 종이상자에 담겨 구매자에게 전달됐다. 낙찰자는 개를 받으면 빠르게 개의 상태를 확인했다. 귀, 이빨, 항문, 배꼽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귀와 항문 냄새를 맡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 조건에 맞지 않으면 구매자는 현장에서 반품했다. 펫숍으로 데려간 뒤에도, 질병 등 일부 문제에 따라 24시간 안에 반품이 가능하기도 했다.

경매장을 다녀볼수록 우리는 이렇게 반품되는 강아지들의 미래가 궁금했다. 외모가 좋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유찰을 거듭하다 ‘상품 가치’가 사라진 강아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유찰된 강아지, 싼값에 ‘모견’ 매물로



6월26일,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김포 ○○경매장에서 한 농장주가 철장에 갇힌 갈색 푸들 앞에 섰다. “얘는 얼마야? 5개월쯤 됐으려나.” 경매장 직원이 답했다. “15만원에 가져가요.” 곁에 서 있던 우리가 농장주에게 물었다. “모견으로 데려가시게요?” 농장주는 웃으며 말했다. “응.” 갈색 푸들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생후 5~7개월이 되도록 팔리지 못한 강아지 가운데 일부는 모견(암컷)이나 종견(수컷) 후보로 경매장에 돌아온다. 갈색 푸들도 그런 강아지 중 하나로 보였다. 철장에서 태어나 다시 철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부 경매장은 종·모견 경매일을 따로 정해 진행한다.

취재 과정에서 우리는 관련 업자들을 통해 경기도 고양 ××경매장을 알게 됐다. 잘 팔리지 않는 개들을 거래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폐업하는 펫숍에서 ‘떨이’로 내놓은 개, 몸이 약하고 ‘하자’가 있는 개, 가정에 입양되지 못하고 농장에서 커버린 개들이 거래된다고 했다.

수소문 끝에 7월14일 찾아간 ××경매장에서 만난 한 농장주가 우리에게 조언하듯 말했다. “여기에 썩 좋은 개는 안 나와.” 다른 농장주는 이날 경매에서 산 강아지들을 보여줬다. “그래도 진주가 나와.” 잘만 찾으면 1만원에 좋은 개를 사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김포 △△농장주도 ××경매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가끔 모견 하나씩 건져오는 곳. 모견이나 나이 든 애들 많지만, 잘 고르면 괜찮아. 워낙 싸게 나오니까.”

팔리고, 재고 처리되고, 또 다른 시장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연간 20만 마리 개가 경매장에서 유통된다. 종이상자에 담겨 도시의 펫숍으로 간 개들에게는 어떤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보름간 펫숍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개를 사고파는 현장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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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서 10만~30만원→펫숍선 60만~80만원



6월과 7월 우리가 일한 펫숍 2곳에서 강아지를 ‘사고파는’ 일은 여느 상점에서 물건을 파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더 작고 어린 강아지가 비싸게 팔리는 경매장 법칙이 펫숍에서 재연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손바닥만 한 강아지들은 펫숍에서도 적게 먹고 작게 키워졌다. 이런 사정에는 ‘소비자 기호’가 반영됐다.

국내 반려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종은 몰티즈(23.9%), 푸들(16.9%), 시추(10.3%) 등이다(KB금융경영연구소, ‘2018 반려동물보고서’).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소형 견종을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경매장에서 10만~30만원에 거래되던 강아지는 펫숍에서 60만~80만원에 팔렸다. 낙찰가 100만원이 넘는 강아지들은 200만~3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다만 각 강아지의 가격은 들쑥날쑥했다. 주말엔 10%씩 올랐고, ‘매장 이전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안 팔리는 개들을 30%씩 값을 내리기도 했다.

이 특수한 ‘단체생활’에서 강아지들은 언제라도 죽을 가능성이 있었다. 펫숍 사장과 점장은 작은 부주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리에게 신신당부했다.

“이 강아지를 만지다가, 소독 안 하고 다른 강아지를 만지면 절대 안 돼요.” △△펫숍 점장은 철저한 ‘위생’을 강조했다. 점장은 강아지를 만지고 나면 손과 몸에 소독제를 뿌렸다. 유리장을 닦고 나면 일회용 장갑과 행주를 모두 버렸다. 밥그릇을 닦을 때도 설거지 전에 분말 소독제로 소독했다.

각기 다른 농장에서 온 강아지들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생후 2개월 안팎이 되면, 어미젖을 갓 뗀 강아지들의 면역력이 취약해진다. 경매장을 오가며 만난 관련 업자들은 우리에게 종종 이렇게 말했다. “강아지를 데려다 죽이지 않는 것이 중요해.” 그게 무슨 뜻인지 펫숍에 와서 확실히 알게 됐다.

강아지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라는 말이 아니었다. ‘자가치료’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한 펫숍 2곳에서는 예방접종을 스스로 해결하고 있었다. “강아지를 오래 관리하다보면 어디가 아픈지 알게 되고, 병원에 가면 다 돈이기 때문”에 병원이 아닌 펫숍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펫숍 사장이 말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자가진료는 위법이다. 2017년 7월 수의사법이 개정돼, 수의사가 아닌 반려인이 백신을 주사하는 행위는 금지됐다. 농식품부 사례집에도 “펫숍과 개농장에서의 주사 행위는 불법”이라고 명시한다. 하지만 종합백신이나 항생제 등은 아무 규제 없이 약국 등에서 살 수 있다. 펫숍의 자가치료와 예방접종이 만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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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등록견 14만 마리 vs 구조견 9만 마리



남양주 ○○경매장에서 우리가 낙찰받은 치와와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그날 우리는 현장에서 강아지를 ‘반품’했다. 반품 전 한 숟가락 떠넣어준 불린 사료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딱해 또 한 술 사료를 넣어줬다. 농장주들은 경매장에 내놓을 개를 많이 먹이지 않는다. 많이 먹어 설사하면 변이 나쁘다는 이유로 반품되고, 배가 불러 먹지 않아도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품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린 배를 다 채운 강아지는 이내 종이상자 밖으로 나오고 싶어서 낑낑댔다. 작고 따뜻한 강아지는 안쓰럽고 귀여웠다. 찰나의 순간, 마음이 흔들리고 복잡한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데려온다 해도 누가 어디서 키울지 막막했다. 취재 중 이래도 되는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름 없는 그 강아지는 다른 경매장에서 누군가에게 낙찰됐을까. 팔리지 않은 채 다시 농장에 돌아갔을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종견으로 자라는 건 아닐까. 펫숍을 거쳐 누군가를 식구로 맞았을까.

이 개의 미래를 짐작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취재 내내 너무 많은 개가 생산·유통되고, 너무 많은 사람이 손쉽게 펫숍에서 개를 사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펫숍에서 일할 때, 주말이면 대여섯 무리의 손님들이 진열장을 기웃거리다 들어왔다. 킥보드를 타고 지나던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부모, 저녁 산책길에 들른 모녀, 술을 한잔 걸친 듯 얼굴이 불콰한 중년 남성 등이었다. 그들 모두 펫숍 유리 진열장의 ‘작고 예쁜 강아지’를 보고 충동적으로 들어왔다.

반려동물 시장이 대책 없이 커질수록 개는 많이 팔리고, 많이 버려진다. 7월23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8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새로 등록된 반려견은 14만 마리였다. 같은 기간, 전국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한 개는 9만 마리였다. 한쪽에선 가족을 만나는 반려견이 급증하지만, 그 수의 64% 정도는 거리에 버려지는 셈이다. 반려견 산업 구조에 갇힌 강아지들은 사랑받을수록 더 많이 버림받는 덫에 빠져 있다.

비교 경쟁으로 생명에 가격을 매기는 경매장, 프랜차이즈화하며 세를 키우는 펫숍, 연간 수십만 마리 강아지를 쏟아내는 번식장은 공고한 삼각 고리를 이루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그 그늘 아래 강아지들이 신음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토록 많은 개를 키우고 팔고 사고 버려야 하는 것일까.



신소윤 yoon@hani.co.kr

김지숙 suoop@hani.co.kr <애니멀피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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