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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호르무즈 작전에 英만 동참…프랑스 선택이 판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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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럽에 "美 돕지 말고 대기"

핵합의 유지 위해 이란 제재도 반대

미 지원 없이 별도 작전 가능 미지수

프랑스 주도 성공시 트럼프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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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신형 핵잠수함에 탑승해 설명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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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으로 출항한 강감찬함이 미국 주도 호르무즈 호위연합체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과 갈등 중인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동참하라고 압박 중이다. 영국이 유럽 주도 작전에 참여하겠다던 입장을 바꿔 미국팀에 합류했지만, 걸프 해역에서 국제 연합 작전이 어떻게 펼쳐 질지는 프랑스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 취임 전 제러미 헌트 전 영국 외무장관은 의회에서 영국 유조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이 주도하는 작전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의 발표 전에 프랑스 측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고 해당 지역에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유럽 차원의 작전을 자신들이 주도할 수 있다고 영국 측에 얘기했다고 스카이뉴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심지어 유럽 국가들에 미국 주도 작전에 어떤 도움도 주지 말고 유럽이 조치를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달 말 프랑스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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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해역에서 억류한 영국 선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 주변을 이란 순찰선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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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랑스는 유럽 차원의 대책에 대한 그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영국 국방부 일부 관료들은 프랑스가 미국의 상당한 지원 없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의 안전을 담보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회의적이라고 한다. 미국이 수집한 정보를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 연합체가 쉽게 공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우려도 나왔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 미국과 안보 핵심 공동체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미국과 이란이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걸프 해역에서 호위연합체를 이끌거나 영국과 공동 임무를 수행할 이상적인 국가라고 스카이뉴스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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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의존하지 않고 유럽이 자체 안보에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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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프랑스는 독일, 영국과 함께 이란과의 핵 합의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걸프 해역의 긴장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관련이 있는 데다 햅 합의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만큼 프랑스로서는 미국 주도 작전에 참여하기 어렵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유럽이 안보에서 자율성을 갖기를 원하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무용론'도 프랑스가 이번에 보여줄 역량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유럽이 당장 미국의 도움 없이 안보를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걸프 해역에서 모든 선박을 개별 호위하지 않고 정찰기를 띄워 감시를 강화하는 조치 정도만 한다면 영국과 프랑스, 기타 유럽 국가의 공동 작전으로 가능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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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미 전투기가 공중급유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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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지브롤터 해역에서 자국 유조선을 억류한 영국의 선박만 나포한 상태여서 유럽 주도 작전은 진행이 더디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유럽에서는 물론이고 대이란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쥐려는 프랑스와 미국의 역학 관계가 선명해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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