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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남북 ‘상시소통’ 상징에서 ‘불통’으로…유명무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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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사무소장회의 6개월여 전무

실질적인 협의 안 돼 ‘불통’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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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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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남북 ‘상시소통’의 상징으로 문을 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가 지난 2월 말 이후 반년 가까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 간 회담은커녕 연락사무소장회의조차 열리지 않으면서다.

당국 간 회담은 지난해 12월 14일 제2차 남북체육분과회담이 마지막이었다. 소장회의는 지난 2월 22일을 끝으로 6개월 가까이 개최되지 않고 있다.

우선 북측 연락사무소장인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이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연락사무소에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 차원의 결정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또 남북 부소장과 각기 20~30명 인원이 개성공단지구에 위치한 연락사무소에 상주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 북측은 하노이회담 이후 부소장마저 ‘임시 소장대리’를 내려보냈다. 북측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부재하다 보니 제대로 된 남북 협의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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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2일에 촬영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모습.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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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매일 오전·오후 남북 연락대표 접촉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상시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부의 협의 제안과 문의에 북한이 실질적으로 응해오는 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17일 한국인 2명이 탄 러시아 어선이 북한에 나포됐을 당시가 ‘불통’의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연락사무소 연락대표 접촉 때마다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문의했지만, 북한은 끝내 확인해주지 않았다. 당시 러시아 어선은 속초항을 출발해 러시아로 향하던 중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북한 당국이 원산항으로 이동시켰다. 북한은 자체 조사를 마친 후 나포 11일 만에 어선을 속초항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정부는 어선 송환과 우리 국민을 포함해 러시아 승조원들의 신변 안전을 러시아 당국과 선사를 통해 파악했다. 어선 나포부터 송환 때까지 정부가 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으로부터 관련 답변을 듣거나 협의를 한 건 없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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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왼쪽)이 지난 5월 8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을 방문해 북측 김영철 임시소장대리(오른쪽)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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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연락사무소 개소 때만 해도 ‘남북 상시협의 채널’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11개월이 흐른 현재 ‘협의’는 사라진 상황이다. 연락사무소가 ‘개점휴업’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19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연락사무소에서 통상적인 의사소통은 이뤄지고 있는데,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5월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협력 제안을 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전달했고, 6월 이후엔 여름철 말라리아 방역 협력,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협의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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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새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서 단행한 무력시위 관, "김정은 동지께서 8월 10일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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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정부의 연락과 협의에 답하는 건 동해 상 표류 선박 인계나 북한 주민 송환 현안이 발생했을 때가 사실상 전부였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6월 이후‘남조선당국(한국)은 빠지라’며 북·미 직거래를 언급하고 있는데 지금 연락사무소가 딱 그런(한국과는 대화 안 하겠다) 기류”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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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서 단행한 무력시위 관련 조선중앙통신이 11일 공개한 김 위원장의 시험사격 참관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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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북한 외무성은 11일 “(한미)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며 으름장을 놨다. 하노이회담 후 연락사무소에서 남북 간 유의미한 접촉이 없는 상황에서 ‘불통’ 장기화를 예고한 셈이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연락사무소가 지난해와 올해 남북관계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이달 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하반기부터 남북 간 소통이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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