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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주제로 열린 세계 최장기간 시위.’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14일 1400회를 맞는다.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당시 67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는 처음 공개 증언에 나선 뒤,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 방한을 계기로 1992년 1월8일 시작된 수요시위는 꼬박 27년7개월 동안 이어져왔다.
1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1400회 수요시위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연대 메시지를 담은 영상 상영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의 연대 발언, 청소년들의 자유발언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가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을 기억하고자 지정한 ‘세계 위안부 기림일’이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 12개국 37개 도시에서 연대 시위가 함께 열린다.
앞서 2011년 1000회까지는 노환과 궂은 날씨에도 할머니들이 단 한번도 수요시위를 거르지 않았다. 많을 때는 20여명의 할머니가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수(91) 할머니는 “일본 정부는 우리가 죽기만을 기다리겠지만, 우리는 쉽게 죽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 신고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20명뿐이다. 노환 등으로 세상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이옥선(92) 할머니가 지난달 1395회 수요시위에 참석했고, 1400회 수요시위에는 길원옥(92) 할머니가 피해 할머니들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다. 노환으로 기억이 흐릿해진 길 할머니는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단짝’ 김복동 할머니마저 “기억이 안 난다”고 할 정도다. 피해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은 “2014년까지만 해도 세 분 정도는 같이 시위 현장에 갔다”며 “할머니들이 건강 때문에 현장에 못 가시지만 수요시위 뉴스를 볼 때마다 화면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하신다”고 말했다.
피해 할머니들은 세상을 뜨고 있지만, 그들의 ‘생각’은 더 퍼지고 있다. 수요시위의 문제의식이 각국의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증언과 맞닿으면서 세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이 빠진 수요시위는 외국인과 노동자, 학생 등 다양한 이들이 채우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우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코소보 등 분쟁지역에서 온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참석해 “유엔이 제시한 국제인권원칙(사죄·배상·재발방지조처)에 따라 전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이런 연대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피해를 증언한 할머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길원옥 할머니와 고 김복동 할머니는 2012년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해 ‘나비기금’이 만들어졌다. 당시 두 할머니는 일본 정부로부터 받을 배상금 전액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비기금은 콩고민주공화국 전시 성폭력 피해자, 베트남 한국군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할머니들은 2017년 한국 정부에 베트남 전쟁 범죄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하며 베트남 여성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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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는 “수요시위는 할머니들로부터 외롭게 출발했지만,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반인권적인 행동에 맞서 참여하는 장이 됐다”며 “수요시위는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미래 세대가 함께 참여해 인권을 배우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춘화 이유진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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