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소재부품장비 1.6조 예타 면제키로…일본 대응기구 풀가동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관련 회의 두 개가 동시에 열렸다. 하나는 지난 4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구성하기로 한 뒤 첫 회의로 의원회관 3층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당ㆍ정ㆍ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이고, 다른 하나는 한 층 아래(제1세미나실)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주도로 열린 ‘일본 무역규제 후속조치 및 지원방안 관련 당정 및 산업계 긴급 정책간담회’다. 8·15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여권이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부품·소재·장비·인력 발전 특별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당ㆍ정ㆍ청은 이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예산의 조기 투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1조6578억 원 규모의 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8월 중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8월 말까지 장비 분야를 포함한 소재부품특별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해 9월 초 국회에 내기로 했다.

소부장 산업과 관련한 세제지원 혜택을 늘릴 방안도 논의했다. 우선 해외 M&A(인수합병) 법인세 세액 공제, 해외 전문인력 소득세 세액 감면, R&D(연구개발) 목적 공동출자 법인세 세액 공제 등의 내용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추진하기로 했다. 또 소부장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화학, 섬유, 금속, 세라믹 등 4대 분야 지원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을 9월부터 시작하고 장기 도입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부품·소재·장비·인력 발전 특별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당ㆍ정ㆍ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정세균 의원이 맡는다. 당에서는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정부에서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 등이 참여한다.

조 의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단기적으로는 소재부품 수급대응 긴급지원체제 구축과 피해기업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산업의 대외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세균 위원장은 “대책위는 필요한 인력과 재원을 적시에 투입하고 신속히 제도 개선을 추진하도록 하는 관제탑 역할을 해나가겠다”며 “대책위원들은 초병의 눈으로 현사태를 직시하고 상황을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내년 예산안에 소재부품산업에 투입되는 예산을 크게 늘리고 혁신성장을 위한 예산도 대폭 반영했다. 여당과 국회도 적극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경제정책 간담회'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왼쪽)과 윤관석 정책위수석부의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분 간격으로 거의 동시에 진행된 ‘당정 및 산업계 긴급 정책간담회’는 양정철 원장이 최근 국내 주요 기업의 싱크탱크들을 방문해 의견을 청취한 뒤 정책에 구체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양 원장은 “여러 가지로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국익이라는 큰 원칙 앞에 ‘원팀’으로 일치단결해 비상하게 대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양 원장이 직접 만나 의견을 들었던 삼성경제연구소,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SK경영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 4대 그룹 싱크탱크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기획재정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당국자들도 참석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경제정책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관석 수석부의장은 브리핑에서 “업계 의견을 바탕으로 당정은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히 100대 품목의 조기 공급과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며 “20대 품목은 1년 내, 80대 품목은 5년 내 안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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