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최초 증언' 故 김학순 할머니와 세 명의 소녀 형상화
샌프란시스코 교민 모금으로 제작, 서울시에 기증
남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축소 모형 |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일제 침탈의 아픔을 간직한 서울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진다.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3시 남산도서관 옆 조선신궁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동상은 당당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손을 맞잡은 세 명의 소녀(한국, 중국, 필리핀)와 이들을 바라보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했다.
김학순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인물이다. 정부는 김 할머니가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1991년 8월 14일을 기려 지난해부터 8월 14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동상은 2017년 미국 대도시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를 세운 샌프란시스코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현지에서 제작, 서울시에 기증했다. 제작부터 선적까지 일체 비용은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설립에 앞장선 미국 캘리포니아 비영리단체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부담했다.
동상 작가는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동상을 만든 미국의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다.
남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위치 |
두 기림비는 국적과 세대를 넘어선 참여와 소통, 과거와 현재의 연대를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나 서울 기림비는 세 명의 소녀상 옆자리를 비워둬 시민들이 이들과 손을 맞잡는 형태로 빈 공간을 채울 수 있게 했다. 또한 기단 없이 땅 위에 바로 설치해 시민 눈높이에 맞춘 점이 특징이다.
동상은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간직한 조선신궁터 앞쪽에 자리 잡는다. 이곳에는 원래 조선 시대 국사당이 있었지만, 일제에 의해 철거되고 일제 국가종교시설인 신궁이 들어섰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위안부 피해 문제를 더 가까이 접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역사적 장소이자 시민들의 일상 공간인 이곳을 동상 설치 장소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일대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잘 알려진 일명 '삼순이 계단'과 안중근 의사 기념관 등이 있어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동상 부지는 서울시교육청 소유다.
서해성 서울시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은 "서울 남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를 설치하는 건 반인륜적 고통을 역사의 중심이자 일상의 중심에 세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제막식에는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전(前) 미 하원의원, 미 인권단체 위안부정의연대(CWJC)의 릴리안 싱·줄리 탕 공동의장,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손자 이종걸 국회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제막식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담은 음악극 '갈 수 없는 고향'이 공연된다.
기림비 동상의 정식 이름은 시민 공모를 통해 정해진다.
공모 참가 희망자는 이달 16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http://www.womenandwar.net)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이메일(war_women@naver.com)로 제출하면 된다.
서울시와 정의기억연대는 공식 이름을 새긴 동판을 12월 중 현장에 설치하고, 휴대전화로 기림비 동상을 소개하는 QR 코드도 부착할 계획이다.
제막식 전날인 13일 오후 1시에는 시청에서 한·미·일 3개국 위안부 전문가가 함께하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국제 심포지엄이 열린다. 포럼에는 마이크 혼다 전 의원을 비롯한 150여명이 참가해 위안부 피해 사실을 기억하기 위한 활동과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김진덕·정경식재단의 김한일 대표는 "서울 기림비는 샌프란시스코 기림비와 함께 인신매매와 성폭력 근절을 일깨우는 상징물로, 후세대의 인권 의식을 향상하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 기림비는 샌프란시스코 기림비와 함께 역사 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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