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중희 작가의 작품 ‘일본여인’(크기: 162.1x97cm, 재료: 캔버스 위 아크릴과슈, 2012년作). 이중희 화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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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보석박물관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기모노 입은 일본 여인을 문제 삼아 원로 서양화가 이중희(72) 화백의 작품전을 돌연 취소해 논란이다. 미술계에선 지나친 반일 정서를 반영했다는 지적과 함께 일본 전시회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일본 극우세력과 같은 행태 아니냐며 비난이 일고 있다.
익산보석박물관은 지난 7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전시하려던 이 화백의 기획 초대전을 취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박물관 측은 이 화백이 출품하려던 16점 가운데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 ‘일본여인’이 현재 반일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논란이 우려돼 불가피하게 전시를 취소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물관 측 관계자는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된 시국과 맞물리면서 이 화백의 기모노 입은 일본여인 작품이 관객과 시민들로부터 사회적 지탄을 받을 우려가 있었다”며 “전시 취소 전에 논란이 된 작품 1점을 제외하고 전시하거나 일정을 연기시키는 방안을 이 화백 측에 알리고 수차례 양해를 구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전시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전시회 취소와 관련해 이 화백은 “작가가 여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예술 작품에 시비를 거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고 전시 이틀 전 취소하겠다는 발상도 상식적이지 못하다”며 “우리나라의 저열한 문화 의식을 보여준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수십 년간 일본에 우리 문화 전파와 학술 활동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친일 프레임을 씌워 전시회를 취소해 몹시 불쾌했다. 예술은 정치와 구분돼야 한다”고도 했다.
미술계도 박물관 결정에 반발했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탈춤, 단청, 만다라 등 이 화백의 작품은 명제부터 한국적이고 누구보다도 한국의 혼을 담고 있는 개성 있는 작가”라며 “이런 그를 친일파 작가로 매도하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미술계에선 박물관 측의 사과와 전시 재개를 요구했다.
익산 출신의 이 화백은 한국적 색채미학을 추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원광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년 전 자신의 화업을 총 정리한 화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1988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일본 전역을 돌며 전시회를 여는 등 30여년간 일본을 왕래하며 활동했다. 퇴직 후 지난 5월부터 원광대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미술관장을 맡고 있다.
이번 논란으로 이 화백의 전시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 관계자는 “지역 출신의 원로화가인 이 화백의 전시를 위해 1년 전부터 기획하고 어렵게 성사시켰는데 시국문제로 무산돼 안타깝다”며 “전시 재개를 위해 이 화백과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 화백의 완강한 거부로 전시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익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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